컵라면·손전등·수첩… 숨진 청년 노동자가 남긴 물품들

  • 등록 2018-12-17 오전 6:00:00

    수정 2018-12-17 오전 6:00:00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데일리 e뉴스 장영락 기자]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24)씨의 유품이 공개됐다. 업무를 위해 준비한 김씨 가방에는 2년 전 구의역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이 컵라면이 준비돼 있었다.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운송설비점검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씨의 유품을 공개했다. 노조는 13일 유가족과 함께 사고현장 조사에 나서 이 물품들을 인계받았다.

작업장에서 나온 김씨 유품에는 손전등과 건전지, 슬리퍼, 작업복, 업무 지침 등을 담은 수첩, 세면도구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손전등은 김씨가 사비를 들여 산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현장에 탄가루가 많아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데도 회사 측에서 헤드 랜턴 등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구입한 컵라면과 간식도 눈에 띄었다. 김씨는 평소 업무 중 식사시간이 부족해 늘 컵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컵라면은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당시 숨진 A씨(당시 19세)의 작업가방에도 담겨 있던 물품이었다. 이 사건 역시 이번처럼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례로 크게 논란이 됐던 사고다. 두 희생자 가방에는 하나같이 열악한 근로조건을 짐작케 하는 물품들이 들어 있었던 셈이다.

두 사람은 생전 자신들의 작업장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에 가담했다는 점에서도 비슷했다. 김씨는 민주노총 등 단체가 진행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캠페인에 참여했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내용의 플랫카드와 함께 찍은 김씨 사진은 사고 후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A씨 역시 노동조합에서 활동했고,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원청인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처럼 비슷한 양상의 사고로 희생된 청년들의 죽음에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정규직 남용과 안전 부실 문제 등을 성토하는 청원이 수십여건 쏟아졌다. 한 청원인은 “숨진 청년이 말했던 것처럼 대통령이 조문이라도 하시고 부모님 손이라도 잡아드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부발전은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근무형태, 계약관계, 근무여건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책임자 안전관리 위반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여신' 카리나, 웃음 '빵'
  • 나는 나비
  • 천산가?
  • 우린 가족♥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