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평가’ 도입 등 軍 인사제도 개선
인사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우리 군은 올해부터 ‘360도 평가’라고 일컫는 다면평가제도를 전면 시행합니다. 기존 상관이 부하를 평가하는 평정제도 뿐만 아니라 동료나 부하들의 평가도 참고해 입체적 인사평가를 하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부하가 어떻게 상관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하만큼 상관을 잘 아는 사람도 없는 만큼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가 기대됩니다.
이와 함께 육군은 올해부터 ‘공개평정제’를 시행합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위관급 장교와 대대장 직위에 발탁된 중령만 자신의 평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젠 대령 이하 전 장교가 자신의 평정 결과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평가 대상자가 자신의 업무 성과와 능력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개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평정의 기준이 되는 평가 요소들이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육군이 새롭게 제시한 평정 지표는 이른바 ‘3C’입니다. 올바름(Character), 유능함(Competence), 헌신(Commitment)입니다. 기존의 평가 요소였던 품성·자질, 전문성·직무역량, 조직발전 기여도에서 발전한 것이라는게 육군 측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말 이런 요소들로 본업에 충실한 군인과 그렇지 않은 군인을 가려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과학적 연구 없이 점수화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올바름 요소에선 품성과 리더다움을 평가합니다. 품성 평가 기준 중에는 중요 참고 사항으로 성폭력 예방교육과 보안 상벌점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성폭력 예방교육을 잘 받고, 보안 분야 상점을 받았다고 품성이 좋은 군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또 리더다움 평가의 참고 사항에는 신체검사·체력검정·체격관리 등의 합격·불합격 여부와 상훈, 무도단증 등이 있습니다. 훌륭한 리더가 꼭 무도단증을 보유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군인의 임무는 이른바 ‘기타 업무’가 아닌, 잘싸우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군인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그 평가 지표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더나아가 전문적 직무역량을 평가할 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전문역량 평가가 대부분 상관의 직관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휘관의 결정이나 주장에 비판은 고사하고 건전한 의견 개진마저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직무에 관련된 전문 역량이나 자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하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육군 측은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여부, 신체검사 합격여부, 외국어 취득점수 등은 평정표의 평가요소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평정 대상자의 행동 개선 방향에 대한 상담(코칭)시 활용하는 보조자료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육군본부가 하달한 문서에는 이같은 요소를 명시하고 있어 일선 부대에선 사실상의 강제 사항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