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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전부터 논란됐던 ‘의전’ 문제
국회는 회담 전부터 청와대가 요청한 당대표, 국회의장단의 수행인사 합류를 일부 인사가 거부하면서 정부와 불협화음을 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신이 입법부 수장임을 들어 청와대 측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은 ‘자존심’을 거론하며 국회가 정부 행사 수행인사로 참여하는 데 불쾌감을 표시하는 한편, 수행단 구성 등의 의전 문제 등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나라 체통이 서지 않는다”며 정부 요청 자체를 비난했다.
문제는 평양에서까지 이어졌다. 방북단에 동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예정돼 있던 북측 고위급 인사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이들이 사전 고지도 없이 면담장에 나타나지 않아 북측에서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들이 당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려 했으나 서열이 낮은 인사들이 온 것 때문에 면담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실제 최초 면담 예정이었던 북측 인사는 안동춘 부의장, 리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당내 서열이 김 위원장보다 낮은 이들이었다. 이해찬 대표가 뒤늦게 “일정 조정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안됐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으나, 바로 다음날 김 위원장이 면담에 나서자 3당 대표가 현장에 나타나 이같은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귀국 후 이정미 대표는 “급하게 일정이 조정돼 연락이 안됐다”며 여전히 납득이 어려운 해명만 내놨다.
심지어 이들은 면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우리가 모두 졸장부가 돼서야 되겠느냐. 대장부가 되자”며 전날 면담 불발에 대해 에둘러 표현한 불만까지 들었다. 기념사진으로 남은 3당 대표와 김 위원장의 모습은 화기애애했으나 이들이 결례를 범한 이유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국회’라는 권력
이처럼 국회가 이번 회담 과정에서 잇따라 보여준 이해하기 힘든 행태는 유권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입법부가 현대 공화주의 정치체제를 지탱하는 3권분립의 한 축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나, 그러한 권리는 이들이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안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