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암호화폐 침체와 창조적 파괴

  • 등록 2018-12-11 오전 7:19:00

    수정 2018-12-11 오전 7:19:00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한때 3306달러까지 추락해 연중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는 작년 말 기록한 사상 최고 가격인 1만9781달러 대비 80%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암호화폐시장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이러한 가격 하락은 이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일반적으로 금융경제학에서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그 증권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로 설명된다. 즉 이론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그 증권으로 인해 창출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이다. 그러므로 만약 현금흐름이 높아진다면 가격은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에 가격은 하락한다. 물론 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 가격은 이렇게 간단하게 결정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거시경제 변수 및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주가는 환율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에 많은 영향을 받는가 하면 해당 기업의 활동에 대한 투자자 기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침체 역시 이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작년 이맘 때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사람들은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으며 이러한 기대는 가격 상승을 유발했고 가격 상승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입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신규 투자자의 유입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다시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대를 촉진시켰다. 게다가 이더리움에 기반을 둔 많은 신규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가 ICO를 추진했으며 그들은 이더리움을 이용해 자금조달을 했다. 이러한 자금 조달은 이더리움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그 결과 이더리움 가격 역시 상승했다. 암호화폐시장 가격이 거품이라는 지적은 비웃음을 받았고 랠리는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파티는 끝났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뜨거운 열망을 품은 기대는 차갑게 식어버렸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많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탈중앙화를 통해 현재 정부 및 중앙은행에 집중된 화폐 발행 및 유통에 대한 권한에 있어서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는 해시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비트코인캐시 ABC 진영과 비트코인캐시 SV 진영 간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를 놓고 벌어진 싸움이 대표적 예다.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가격 폭락은 ICO에서 이를 이용해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한 많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유동성 위기를 야기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잔치는 끝난 듯하다.

그렇지만 이게 끝일까. 사실 지난 1년 동안 암호화폐시장은 지난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가 말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cberance)’ 상태에 있었다. 사실 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은 미국 경제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사람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린 지난 1990년대 말 미국 주식시장의 버블 상황에서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이 한 말이다.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서 사람들은 시장의 장래를 낙관하게 되고 이 낙관으로 인해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되며 다시 이 과도한 투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시장의 낙관을 야기하여 금융시장에서 증권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즉 비이성적 과열은 그 어떠한 실체적 근거도 없이 오로지 사람들의 낙관에 의지해서 상승하는 시장이다. 이 과열의 위험성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대가 깨지면 가격도 폭락하는데 있다.

암호화폐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사토시 마카모토의 백서에서 시작된 이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많은 암호화폐가 나왔지만 현실 경제에서 현재까지 두드러지는 활약이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단지 이 기술이 미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에 의해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이뤄졌고 이 기대가 흔들리는 순간 우리가 보는 것처럼 가격은 폭락했다. 그렇다면 이 폭락이 과연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기술의 끝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인터넷과 닷컴 버블 당시에도 수없이 많은 실체없는 기업들이 명멸했고 그 결과 우리는 FAANG(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로 대표되는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닷컴 버블이 꺼질 때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미래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한 초기 연구자인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자본주의의 근본 작동 원리이자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원리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을 언급한 바 있다. 즉 슘페터에 의하면 기업가의 역할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며 그가 누리는 이유는 바로 이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의 대가다. 그리고 이 창조적 파괴를 다른 기업인이 모방하면서 이윤은 점차 감소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창조적 파괴를 초래한다. 슘페터는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역동성으로 자본주의가 지속된다고 본 것이다. 상술한 FAANG 역시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의 대표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묘목이 보잘 것 없다 해서 다 자란 나무까지 보잘 것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인터넷 기술로 인한 닷컴 버블이라는 비이성적 과열이 지나간 뒤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는 FAANG이 나온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 버블 역시 창조적 파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옥석을 가리는 불가피한 단계일 것이다. 진정한 창조적 파괴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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