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추진하면서 해외원전 딸 수 있을까

  • 등록 2018-11-29 오전 6:00:00

    수정 2018-11-29 오전 6:00:00

탈(脫)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 원전을 수주하려는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를 중간 기착지로 삼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원전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원전 수주 문제를 협의했다. 앞서 청와대는 “우리 원전기술의 강점을 설명할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하지만 21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는 쉽지 않은 과제다. 원전 강국인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모두 뛰어든 수주전이 치열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 상황에서 우리 외교부가 영문 트위터 계정에 문 대통령 순방 소식을 알리면서 체코의 국명을 체코슬로바키아로 틀리게 적는 결례를 저질렀으니 애로가 추가된 셈이다, 체코슬로바키아로 합병했던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다시 갈라선 것이 벌써 1993년의 일인데도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탈원전 정책을 추구하면서 원전 기술을 내다 팔려는 자기모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더 문제다. 한국형 원전의 경제·안전성은 국제시장에서 이미 입증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 원전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서방이 한국형에 우호적인데다 원전을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체코가 다른 나라와 손잡으려는 것도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경쟁국들이 탈원전을 물고 늘어지면 입장이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체코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등에 원전 수출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손보지 않고는 어림없다. 손 안에 넣었던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것도 결국 탈원전에 따른 기술 유지의 불확실성 때문이란 지적을 새겨들어야만 한다.

이미 프랑스와 일본이 기존 탈원전 정책을 되돌렸고 대만은 지난주 실시된 국민투표로 아예 포기했다. 정부는 “대만과 사정이 다르므로 국민의 뜻을 물을 필요가 없다”지만 원전 비중이 대만보다 훨씬 더 큰 우리가 국민투표를 먼저 했어야 마땅하다. 국내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리면서 원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엇박자 정책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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