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사법농단 시작은 상고심 문제 탓…외국도 상고 제한”

이데일리 인터뷰서 상고허가제법 발의 배경 설명
"개선 없이 대법원 제역할 어려워.…사건수 줄여야"
"대법관 1인당 매일 40건 기록검토…제기능 불가능"
"모든 사건 상고로 대부분 사건 심리 제대로 안돼"
대법관 증원안 반대.."근원적 해결안 아냐"
  • 등록 2018-12-12 오전 6:00:00

    수정 2018-12-12 오후 2:42:5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양승태 대법원의 위헌·위법적 정치권 로비 사건이다. 양승태 대법원이 무리수를 둬가며 로비에 나선 이유는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숙원사업 관철을 위해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상고법원은 무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른 상고심 개선안인 ‘상고허가제’를 대표발의해 눈길을 끈다.

금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상고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법농단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제 나름의 답을 낸 것”이라고 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4만2722건을 기록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인 대법관이 1인당 3500건이 넘는 사건을 맡게되는 구조다. 산술적으로 하루 10건 이상의 기록을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 기록은 1·2심 기록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금 의원은 “이 자체로도 말이 안 되지만 대법원이 주로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로 사건을 심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하루 40건을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대법원에서 쟁점 사안을 파악해 판결을 내리는 건 하루 한 건도 사실 불가능하다. 이래서는 대법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개별 사건에 더 많은 시간 투입해야…외국도 상고 제한”

금 의원이 내놓은 상고허가제 법안은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해 상고허가 여부를 심리하도록 하는 안이다. 대법원 상고사건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법원 사건이 급감해 개별 사건에 대한 충실한 심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금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대법관이 하나의 사건에 보다 많은 시간과 역량을 투입해 국민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법령 해석 통일 기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가장 합리적 방안이 상고허가제”라고 강조했다.

상고허가제는 지난 1981년 도입됐으나 9 년만인 1990년 폐지됐다. “상고허가제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대여론이 커진 탓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 내부에서 가장 선호하는 안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 의원은 “폐지 당시 명분은 ‘모든 사람이 자기 사건을 대법원에 가져가고 세번 재판 받는 것이 공평하지 않느냐’는 논리였다”며 “사건수가 많지 않을 때는 이 같은 논리가 설득력이 있지만 사건의 질적·양적 변화가 일어난 현 상황에선 어떤 사건도 제대로 된 심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도 상고사건 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상고제도를 개선해왔다. 삼세번 재판을 전면적으로 허용한 나라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상고허가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법관 구성을 두고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위주라는 비판이 나오면 법원 쪽에서 나오는 얘기가 ‘하루에 40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20~25년 이상 전문적으로 판사를 한 사람이 아니면 이 같은 사건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그래서 다양화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령 변호사 출신이나 젊은 세대 법조인이 대법관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건들에 치여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힘들다. 재판연구관에 휘둘려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성 다양화의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신태현 기자)
금 의원은 미국 연방대법원을 예로 들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철저한 상고허가제 시행을 통해 매년 80건 정도의 사건만 심리하고 있다. 금 의원은 “9명의 대법관이 매년 80건 정도 사건을 심리한다. 언론은 물론 국민들도 사건 내용을 잘 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로선 이런 모습이 불가능하다. 사법이 계속 국민과 유리되는 문제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불속행 기각 증가→한장짜리 결정문→전관예우 악순환

대법원은 상고허가제 폐지에 따른 사건수 폭증을 막기 위해 1994년부터 심리불속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심리불속행제도는 상고이유가 법이 규정하지 않은 사유인 경우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형사 사건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시행 중이다. 사건수 폭증과 함께 심리불속행 기각도 급증하고 있다.

금 의원은 이에 대해 “심리불속행제도는 예측도 불가능하고 왜 불속행되는지 이유도 알 수 없다. 더욱이 여기에 대해 다퉈볼 수도 없다”며 “이러다보니 대법원에 사건이 가면 전직 대법관을 선임하게 되는 전관예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심리불속행 판결(결정)문은 ‘상고심절차 특례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기재된 한장 짜리가 많다. 이는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했다”는 사법불신을 낳은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 의원 법안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해 상고불허가 결정이 내려질 경우 고법 상고심사부가 구체적 이유가 담긴 결정문을 작성하고 별도 기일을 잡아 이를 선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상고불허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도 가능하게 했다.

대법관 증원 근본적 해결책 아냐…전원합의체 무력화 우려도

상고심 개선과 관련해 진보진영과 변호사단체 등에선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13명인 대법관을 대폭 늘려 1인당 사건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 의원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법관 수를 늘려 현재 하루에 40건 보는 걸 절반이나 그 이하로 줄인다고 해서 제대로 심리가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다. 10배로 늘린다고 해도 하루 4건을 읽고 판결을 써야 한다”며 “이건 전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증원안으로는 현재 상고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또 “대법관이 대폭 증원되면 전원합의체가 불가능해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수행하는 우리사회 통일된 가치관을 제시가 어려워진다”며 “최고법원은 전원합의체로서 진보, 보수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 증원안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대법관 증원으로 전원합의체가 불가능해 소부체제가 되면 진보적 인사가 들어간다고 해도 소부를 구성할 때부터 성향을 고려해 다른 부와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구성 다양화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대법원 사건수 감소에 따른 변호사 업계 반발에 대해선 “대법원 사건이 로또 당첨되듯이 소부에 따라 심리불속행 비율이 다르다. 결국 현재 대법원 사건은 전관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의 이름을 넣어서 도장값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다”며 “대다수 변호사들은 혜택을 못 보고 있다. 반발할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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