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길거리 민심’은 들끓는다

  • 등록 2019-09-20 오전 6:00:00

    수정 2019-09-20 오전 6:00:00

‘조국 파동’으로 대한민국이 온통 뒤숭숭하다. 어느 자리엘 가도 조 법무장관 얘기뿐이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소주잔이 돌면서 언성이 높아지고 탄식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간간이 원색적인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논쟁은 결국 절망감으로 귀결되고 각자 무거운 마음으로 헤어지게 된다. 진보·보수의 입장을 떠나 우리 사회의 수준이 기껏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에 대한 자괴감이다. 그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부터 예고됐던 상황이기도 하다.

길거리 민심도 일찌감치 돌아선 듯하다. 통행이 빈번한 지하철역이나 시장통 주변의 대체적인 민심이 비슷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의식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찬성이나 반대의 점을 하나씩 찍고 가는 결과가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가끔씩 유튜브 화면으로 들여다보는 ‘길거리 여론조사’의 모습이다. 지지표가 더 많이 나오는 지역이 없지 않지만 제한적이다.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실망감이나 그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조사가 표본 구성에 있어 분석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가볍게 볼 것만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어깨띠를 두르고 찾아 나서는 바로 그 현장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민의가 형성되는 법이다. 더구나 집 전화로 걸려오는 여론조사에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공개된 장소일망정 스스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점으로 되돌아가 과연 조 장관에 대한 임명이 적절했는지 다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숱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그의 아내 정경심씨가 검찰에 의해 전격 기소됐던 마당이다. 사모펀드와 딸의 스펙 쌓기 의혹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가 장관에 임명된 뒤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하는 듯한 모습은 또 다른 문제다. 지금의 민심 이반현상을 초래한 과정이다.

그렇다고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발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누적됐던 불만 요인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훨씬 정확하다. 최저임금의 급속 인상으로 골목경제가 침체에 빠졌으며 공론 절차를 무시한 탈원전 정책으로 관련산업이 황폐화됐다. 말로는 기업활동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규제를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기존 일자리마저 사라져가는 이유다. 부동산 정책도 분양가 상한제까지 제시됐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은 하나같이 자화자찬 일색이다. 방향을 돌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나마 대북 정책에 기댄다고 했지만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멸시 어린 힐난을 받는 처지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한 해가 지나가는 지금 상황에서 그대로 확인되는 양상이다.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쏴대는데도 왜 할 말을 못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더군다나 정부 등기부에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로 표기돼 있는 강화도 부속 함박도가 북한 관할로 굳어진 현실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북한 비핵화를 끝까지 관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국 장관 임명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현직 대학교수들이 어제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대학가에서도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던 국정농단사태 당시의 연쇄시위 분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도 그 대열에 동참했을 것이다. 이제 자신들이 그 시위대의 반발에 부딪친 입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놓을 것인지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정의·공정·균등이라는 사회적 가치체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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