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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겸(6·가명)군의 엄마 장모(33)씨는 “울산에서 아침 기차로 일찍 올라오느라 졸려서 그러는지 맛있는 걸 두고도 별로 먹질 않더라”고 속상해했다. 짙은 눈썹과 새까만 눈동자, 똘망똘망하게 생긴 재겸이는 선천성대사이상(PKU) 질환의 일종인 요소회로대사이상증을 앓고 있다. 발병률은 신생아 1만5000명~4만명 당 1명꼴로, 단백질 섭취는 금물이다. 고암모니아 혈증으로 발달 지연, 학습장애, 지적장애등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탓이다.
재겸이 출생 당시 정부에서 지원하는 필수 6종 선별 검사를 받았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자칫 모르고 지나칠 뻔 했지만, 일부 수치에 이상한 점을 발견한 의사가 추가 검사를 권유해 다행히 조기 진단을 할 수 있었다.
부부는 생후 2개월 간 전문의가 있는 청주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후에도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청주로 통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게 일상이었다. ‘삼겹살 파티’는커녕 가족들끼리 외식조차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다. 채소 반찬 위주인 집 근처 단골 식당에 가는 정도가 전부다.
장씨는 “미리 치료를 못해 후유증을 앓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평범한 아이들과 조금 다를 뿐인데, 학교에 가면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레스토랑에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열일곱 가족이 모였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은 아미노산·지방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모유는 물론 밥이나 빵, 고기 등의 음식을 자유롭게 섭취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이들을 위해 준비한 건 맞춤형 피자, 리소토, 샐러드, 아이스크림 등 저단백 코스 요리. 호박 소스로 버무린 두부 뇨끼와 연어와 적양파 잼을 곁들인 쥬키니 리조또가 이날의 메인 메뉴였다.
행사 준비에 참여한 한 셰프는 “한 접시 한 접시 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맛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 힘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그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측은 이날 선보인 메뉴들은 집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요리법을 상세하게 적은 레시피 카드로 제작해 환우 가족들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더불어 선천성대사이상 환우와 가족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가족 사진을 촬영해주는 포토존과 풍선 아트 및 퀴즈 이벤트 등도 함께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가족은 “‘아이가 왜 고기를 못 먹어요’ 같은 질문에 설명을 하다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며 “주위 눈치 안 보고 가족이 다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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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측은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에게 평소 먹어보지 못한 요리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의미가 깊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지속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태영 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장은 “수익 사업이 아닌 온전히 사회환원사업의 일환으로 특수분유 생산에 앞장서 온 매일유업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마음 놓고 외식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에는 300여명의 환아가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