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옥죄는 '징벌적 규제'…1400만원 부정에 474억 부과

방위산업법 제대로 만들자③
법·시행령 아닌 훈령·예규로 부정당업자 제재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9개 제재 중첩 부과
산업육성 관련법, 성실수행인정 제한적
업체에 개발비 분담 요구, 환수 규정은 없어
  • 등록 2019-04-05 오전 6:00:00

    수정 2019-04-05 오전 6:00:00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에서 내리면서 승무원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육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방위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5건이나 된다. 그러나 정작 수혜자인 방위산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 2일에도 방사청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아닌 업체 주도 개발을 우선시하고 ‘진화적 개발’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1990년대 이후 6~7번 언급만 됐지 이행되지는 않았다”며 “실제 제도 운영이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방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도한 지체상금 규정과 부정당업자 제재 등 ‘징벌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위사업법 개정과 국방과학기술촉진법·방위산업육성법 제정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부정당업자 제재 594건

방위산업은 일반 물자와는 다르게 정부와 방산업체 간 계약이나 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일반적인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특수성을 무시하고 국가계약법을 적용하다 보니 ‘징벌적’ 규제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착오나 단순 실수도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는게 대표적이다. 현재 부정당업자 지정은 별도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닌 국가계약법에 따라 방사청 훈령과 예규를 통해 하고 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단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뿐만 아니라 최대 8개의 제재가 가해진다. 한화디펜스는 협렵업체의 1400만원 원가 부정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로 부당이득금 환수 및 가산금 부과, 이윤 삭감 조치 등 474억원을 손해봤다.

최근 5년간 방사청의 부정당업자 제재는 계약 불이행 사유 등 총 594건에 달한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협력업체 잘못이나 방위사업 이외의 사유로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은 경우 착·중도금은 지급하는 등 일부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훈령이나 예규는 소관 부처에서 자의적 판단으로 제정할 수 있다”며 “법률 또는 시행령 수준의 제정을 통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돈 내야 성실수행인정제도 적용?

성실수행인정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 제도는 무기체계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개발에 실패한 사업이라도 성실히 연구개발을 했다는게 인정될 경우 업체의 지체상금을 면제해 주고 입찰참가 제한도 면책해 주는 제도다. 최첨단 기술이 융합되는 무기체계의 경우 개발 일정 장기화와 비용 상승, 성능 부족 및 결함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 제도가 꼭 필요하다. 과학기술기본법은 창의적·도전적 연구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성실수행인정제도를 도입해 연구개발에 실패해도 국가계약법에서 규정하는 제재 처분을 면해 주고 있다.

하지만 현행 방위사업법은 일부 ‘핵심 기술’ 개발에만 한정해 성실수행인정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제정하려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도 성실수행인정제도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하긴 했지만, ‘협약’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한해서다. 그러나 기존 계약 방식이 아닌 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려면 업체가 개발비를 분담해야 한다. 돈을 내야 성실수행인정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셈이다.

개발비 분담시키고 이자비용도 안줘

구매자인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전력화 전제 무기체계 개발까지 업체에 개발비를 떠넘기는 것도 문제다. 현재도 정부는 무기체계 개발 사업에서 업체에 개발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는 명목이다. 이번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제정안에서도 사업의 일부 비용을 업체에 부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방산업체가 부담한 개발비 환수 조항이 없다. 정부는 양산시 원가에 업체 부담분을 보전해 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도 관련 규정없이 업체가 비용을 분담하다 보니 ‘눈치’를 보며 받아가는 실정이다. 고등훈련기 ‘T-50’ 개발시 업체가 비용의 30%를 분담했는데, 이자비용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기동헬기 ‘수리온’ 사업에서는 업체 요구로 별도 협약을 맺어 이자비용을 받았다. 차륜형 장갑차 사업은 업체가 90%의 비용을 냈는데, 역시 이자는 받지 못했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업체 부담 개발비에 대해 정부는 납품 할 때마다 원금을 쪼개서 주는데, 이자 개념은 없다”면서 “그만큼 업체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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