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아름다운 퇴직'은 없다

지속 가능한 퇴직지원제도 마련해야
  • 등록 2018-11-30 오전 6:00:00

    수정 2019-04-21 오후 10:43:00

[이데일리 김영수 금융부장] “현직에 있을 때와 퇴직이후 모습은 천양지차 입니다. 그래도 뭔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몇 해 전 은행을 퇴직한 후 기업구조조정 회사에 재취업한 A씨(63)를 만나 씁쓸한 퇴직자들의 현실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아들과 딸은 결혼해 분가했지만 아내와 함께 남은 여생을 살기 위해선 노후자금이 필요해 직장에 다닐 수밖에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A씨는 나은 편이다. 은행 임원까지 지내다 퇴직하면 눈높이가 높아져 재취업은 힘들다는게 정설로 통한다. ‘퇴직후 창업 등은 아예 거들떠보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다. 평생 해보지 않았던 창업을 해서 퇴직금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직은 현실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초부터 베이부머의 막내 세대인 1963년생들이 임금피크에 들어갔다. 이들이 퇴직하는 5년후에는 수 천명에 이르는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업들이 매년 수시로 시행하는 희망퇴직으로 나가는 퇴직자들을 포함하면 어림잡아 수 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퇴직자들은 회사를 떠난 후 무엇을 할까. 60세에 회사를 떠나는 퇴직자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생계를 위해 창업을 선택한다. 실제 올 9월 통계청이 공개한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대표자의 연령이 60세 이상인 사업체는 87만5299개로 1년 사이에 5만1998개(6%) 증가했다. 1년간 늘어난 사업체 수의 약 74%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은퇴한 고령자들이 소득을 확보하려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쉬운 치킨 전문점, 커피 전문점 등 음식점을 많이 차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최저임금 인상 요인 등이 겹치면서 570만명의 자영업자 중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사상 첫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에 비춰보면 퇴직자들의 창업 증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퇴직자들의 미래가 여전히 불안하지만 이들을 내보내는 기업들의 ‘전직지원(Replacement) 프로그램’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비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 설명회나 단순 교육 지원 등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카드의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좋은 본보기로 평가받는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부터 퇴직자를 위한 창업프로그램(CEO플랜)을 운영 중인데 지금까지 70명이 창업해서 현재까지 폐업한 사례는 없다. 창업 아이템은 회사에서 선정해 협약을 맺은 그린스터디독서실과 카페블랙모티브 등으로 창업 의사를 밝히면 창업비용의 30%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창업을 통해 회사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내 퇴직자 창업 지원팀에서 전담 마크를 해준다는 점이다. 현대카드가 명퇴 등 인위적인 인력감축보다는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퇴사를 유도하려는 것은 인력효율의 연장선과 맞물려 있다. 길게는 30년간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들을 아무런 대비 없이 세상 밖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는 경영철학도 담겨 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세대간 빅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 만명의 퇴직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속 가능한 전직지원 프로그램 도입을 의무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은 짜릿해
  • 카리나 눈웃음
  • 나는 나비
  • 천산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