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네이버 위기의 본질은

  • 등록 2019-04-08 오전 6:00:01

    수정 2019-04-08 오전 6:00:01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네이버가 지난 3일 모바일 웹페이지를 전면 개편했다.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가 빠지고, 뉴스서비스에선 자체 편집 기능을 없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추천기술인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를 적용하는 파격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원할 경우는 기존 첫 화면 구성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아직 이용자들의 정확한 반응은 알 수 없지만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네이버 자체적으로는 지난해 10월 모바일 앱 베타 서비스 이후 바람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반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개편 이틀 후인 지난 5일 AI를 활용한 뉴스편집시스템의 일평균 페이지뷰가 69% 증가했다고 밝혔다. AI가 이용자 개인별 취향에 맞는 뉴스시스템을 추천해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뉴스와 실검을 둘러싼 여론조작 시비에서도 다소 홀가분해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먼저 에어스 알고리즘 적용에 따른 부작용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이용자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본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한결 편리해졌지만 ‘뉴스편식’에 따른 편향된 정보는 이용자의 사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최근 논란이 된 ‘연예인 마약’ ‘성추문’ 등의 뉴스에 대해 편향적인 정보만 제공한다면 연예인 집단을 마약의 온상으로 단정짓게 할 수도 있다. 흔히 스마트폰 세대라 일컫는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의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부추겨 자칫 거대한 분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자신과 다른 시각, 다른 의견은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수시로 바꾸는 알고리즘의 변화가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4월 트루킹사건 이후 자의적인 뉴스편집으로 논란이 된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은 이용자들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적용하면서 변화를 모색해 왔지만 AI 추천 시스템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는 이용자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에어스 알고리즘’ 역시 대규모 단체나 기업의 보도자료, 주요 기업 공시가 메인기사에 걸리면서 아직 AI 평가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포털이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알고리즘’이 더욱 투명해져야 할 이유라는 뜻이다. 결국 이는 네이버가 이번 모바일 웹서비스 개편 이후 검색 알고리즘과 다른 부분까지 손을 댔다는 의혹을 불러왔는데, 아직도 네이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잦은 서비스 장애가 지금의 네이버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일 모바일 웹 개편 하루 전에는 블로그 접속이 2시간가량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과거 네이버에선 볼 수 없던 크고 작은 장애가 인력유출과 노조문제, 조직개편 등으로 어수선한 네이버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네이버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수순인지 모른다. 당장은 비만해진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작은 성공에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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