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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4개월(1~4월) 연속 0%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불황의 징조마저 나타나고 있지만 분식집 김밥과 라면 등 서민 먹거리 가격은 되레 치솟고 있다. 분식집 조리라면, 김밥, 김치찌개 백반 등 특히 서민들이 즐겨 먹는 식단 위주로 가격 인상폭이 컸다. 이들 식단은 인건비 비중이 특히 높은 외식업종이기도 하다.
소주와 맥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즉석밥 등 가공식품 가격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말에는 무려 45개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데일리가 최근 10년간 서울시내 외식물가와 장바구니 물가를 조사한 결과 김밥, 조리라면, 자장면 등 저가 메뉴 가격 인상 폭이 최근 커졌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소주와 즉석밥 등 저가 제품에서 가격인상이 두드러졌다. 2017년 이후 계속된 10%대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서민 음식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는 서울시가 직접 시중 음식점 식단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는 물가정보 홈페이지에 근거해 최근 10년간(2010년 4월~2019년 4월) 자장면, 라면 등의 품목 가격 추이를 살펴봤다. 조사원들이 매월 등록한 가격 중 4월을 중심으로 10개를 추출했다. 이 가격에서 최고가와 최저가를 뺀 8곳의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시중 먹거리 가격 추세를 계산했다.
조사 대상은 물가정보 홈페이지에 등록된 품목 중 자장면, 조리라면(식당 조리라면), 김밥, 김치찌개백반, 치킨, 비빔밥, 삼계탕, 삼겹살, 탕수육, 짬뽕까지 총 10개 메뉴였다.
품목별로 가격 변동 추이가 달랐지만 김밥, 라면, 자장면 등 식사 메뉴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목일수록 최근 2년간 가격 상승세가 뚜렷했다. 반면 탕수육, 삼겹살, 치킨 등 일상적인 식사 메뉴가 아니면서 1만5000원대 이상 메뉴는 가격 변동 폭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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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물가정보 홈페이지에 등록된 식당들의 김밥 평균가는 올해 4월 기준 2348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인상 폭은 11.4%였다. 지난해에도 김밥 가격은 전년 대비 7.4% 올랐다.
식당에서 조리해 먹는 라면 가격의 평균가는 3438원이었다. 전년 대비 가격 인상 폭은 12.2%였다. 서울시내 김치찌개 백반 평균 가격은 올해 처음으로 6000원을 넘긴 6062.5원으로 계산됐다. 지난해 4월(5687.5원) 대비 6.6% 오른 가격이다. 비빔밥도 지난해 대비 16.7% 뛰며 올해 4월 기준 평균가가 6125원으로 조사됐다.
자장면의 서울시내 평균 가격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올해 4월 기준 평균가는 5250원으로 전년 대비 3.9% 하락했다. 다만 자장면은 2017년 11.9%, 2018년 16.5%로 2년 연속 큰 폭으로 뛴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있었던 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 비용 상승이 저렴한 음식 메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임대료도 최근 가격 인상을 이끈 한 요인으로 해석했다.
반면 주문 단가가 1만원이 넘거나 저녁 안주용으로 먹는 외식 메뉴의 가격 인상 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말 몇몇 업체들이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논란이 됐던 치킨도 이번 조사에선 인상 폭이 크지 않았다. 서울시내 치킨 매장의 치킨 가격 인상률은 2.5%였다. 평균가는 1만5488원으로 2013년 이후 비슷한 수준이다.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은 평균 가격이 1.1% 떨어졌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돼지고기 가격 하락과 소비자들의 주점 외면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주, 우유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올라…체감 물가↑
가공식품 가격도 대체로 상승세였다. 라면처럼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수입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식품 가격 상승세를 이끈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국소비자원 물가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5개 유통업태를 포함한 소주 평균 가격은 올해 4월 기준 1423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맥주 1캔 평균가도 5.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체 측은 “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누적된 원가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유, 즉석밥 제품 가격도 올랐다. 소매·마트 기준 우유 1ℓ 평균 가격은 2680원으로 전년 대비 15.2% 올랐다. 즉석밥인 햇반은 7.7% 오른 1652원이었다. 이 두 제품 모두 원유와 쌀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특히 쌀 가격은 지난 4월 11.6%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피부로 가깝게 느끼는 외식·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다보니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사이 격차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 생활 물가가 치솟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격차 확대는 경제 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