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중국인 '입국금지' 왜 안될까

  • 등록 2020-01-29 오전 5:05:00

    수정 2020-01-29 오전 5:05: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인의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은 닷새만에 참여 인원 50만명을 넘겨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 우려 수준을 실감케 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정부의 대응과 관련한 여당과 야당 사이 정치논쟁으로까지 비화하면서 입국 금지 문제를 두고 여야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은 적극적인 입국 금지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같은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우리처럼 중국과 가까운 북한의 경우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 입지가 명확한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 국민 일반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률상 외국인 입국 금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현행 출입국관리법이나 전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특정 질병에 감염된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 구성원 전체에 대한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국제 인권 규범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지난해 있었던 콩고 에볼라바이러스 사태 당시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하면서도 국경 폐쇄나 여행·무역 제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는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입국 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고립 조치는 물자 이동마저 방해해 오히려 사태 대응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로 과거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발병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사례는 없다. 우리 당국도 “밀입국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행 상태에서 질병을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중국과의 외교·경제 마찰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이번 사태로 중국인과 중국문화에 대한 혐오 정서가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무역흑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의 대표적인 무역 상대 국가다. 지난해에도 홍콩에 이어 무역흑자 2위 국가가 중국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인 입국금지와 같은 조치는 국제법 위반 시비는 물론 통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일본과 위안부 문제로 촉발된 경제보복 분쟁을 경험한 한국 정부가 중국인 입국금지와 같은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중국인 전체가 아닌 질병이 발생한 특정 지역 주민에 대한 일시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어, 사태 확산 정도에 따라 정부 대응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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