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 신재생]매달 1만3천원 버는 홍릉 '햇빛발전소'

"둥근 해가 뜰 때마다 아파트서 에너지가 자라요"
  • 등록 2018-10-12 오전 6:00:00

    수정 2018-10-12 오전 6:00:00

홍릉동부아파트 전경. 베란다 창에 일렬로 줄을 맞춰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태풍 콩레이가 지나간 청명한 가을하늘, 햇살이 구석구석 비추던 날 에너지자립 마을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아파트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전 가구가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하면서 서울시 환경상을 받은 곳이다. 특히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의 맞춤형 지원으로 에너지자립 마을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동대문경찰서 인근에 위치한 이 아파트 단지는 4개동 371가구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각 가구 베란다 창에 단정하게 줄을 맞춰 배열된 파란색 철판이다. 가로 1.6m, 세로 1m 크기의 태양광 모듈 판으로,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비다. 현재 전체 가구의 97% 넘는 360가구가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했다. 이 처럼 대다수가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한 아파트 단지는 전국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 단지 주민들이 미니발전소 설치에 선뜻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부담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파트단지 자체적으로 축적한 잡수입으로 주민 부담금을 보조해 아파트 에너지공동체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태양광 미니발전소는 전기료 절약, 환경 개선 등에 도움이 되지만 10만원이 훌쩍 넘는 설치 비용을 자부담으로 하면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베란다용 태양광 발전기 설치 비용
저층가구 태양광 발전소는 옥상에 설치했다.
은 63만원가량인데 서울시에서 최대 40만원, 자치구로부터 5만~10만원을 지원받아도 주민부담은 13만~18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3월 이용수 홍릉동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파트 이익잉여금으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보자고 제안했다. 에너지도 절감하고 해묵은 잉여금 갈등도 해소해 보자는 뜻이었다. 이 아파트만해도 지하주차장 이용권을 한달에 5만5000원에 판매해 연간 4000만원 가까운 돈이 생긴다. 여기에 게시판 광고료와 재활용품 판매대금 등 잡수입까지 더하면 1년에 5000만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이 쌓였다.

관리비를 줄이고 이익잉여금을 주민들에게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만장일치로 추진을 결정했지만 진행과정에서도 반대 의견이 계속 나왔다. 거실에서 시야를 가린다는 문제로 가구별 설치장소에 대한 이견이 많았다. ‘아끼면 얼마나 아끼겠느냐’ ‘설치하고 수리하는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또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이 회장과 민한식 관리소장은 홍보와 설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단지내 노인회나 전·현
홍릉동부아파트가 서울시에서 환경상을 받았다.
직동대표, 통반장 등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 설치 반대 가구를 이해시키고 설득했다. 잉여금에서 가구당 12만5000원씩 설치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뜻을 모으고, 외관상 불만이나 태양광 혜택이 적을 것으로 우려하는 저층 가구에 보완책을 제시했다. 발전기는 위치를 정해 일관성있게 배치했다. 1~3층 저층가구는 베란다창 대신 옥상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선이 보기싫지 않도록 스테인리스 파이프관 속에 넣었다.

민한식 관리소장이 동대문구로부터 에너지자립마을 표창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2년 차인 현재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최태호 주부는 “개인적으로 설치하기엔 부담이 있었는데 단체로해서 너무 좋았다”면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전과 비교하면 전기요금이 8000원 가량 줄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소소한 첫 걸음을 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소 설치직후 10개월간 전체적으로 전기사용료가 4530만원 가량 절약됐다”며 “가구당 월 평균 420kWh 소비를 기준으로 260w 태양광 모듈판을 설치해 월 평균 전기요금을 1만2850원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홍릉동부아파트는 에너지 자립마을로 전국적인 인지도까지 쌓이면서 주민간 소통이나 화합의 기회가 늘고 공동체의식까지 고취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작년 6월에는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로 인증받아 지원금 700만원을 받았다. 이 지원금은 아파트 단지 안 관리사무소·헬스장·노인정·경비원휴게실·미화원휴게실·주차장램프 등에 설치된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교체하는 데 쓰였다. 또 아파트 단지 안 텃밭 옆에 태양광 미니발전소 2기를 설치해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탱크 모터를 돌려 텃밭 작물에 물을 주고,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태양광 벤치를 설치하는 등 에너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밖에 수돗물 급수 펌프 효율화를 위해 부스터 펌프로 교체하는 등 관리비 절감과 에너지 절약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줄이려는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홍릉동부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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