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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통해 밝힌 그룹 경영의 핵심 방향이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 그룹 수뇌부는 지난 17~19일 집중 토론을 벌이고, 그룹 미래를 좌우할 빅 픽처(Big Picture·큰 그림)의 윤곽을 내놨다.
최 회장은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데스’(돌연사) 시대에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면서 각 계열사별 과감한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M&A 통한 딥체인지…SK, 올들어 8건에 6.4兆 투입
최태원 회장의 이 같은 딥체인지 전략은 최근의 빈번한 그룹 인수합병(M&A)을 통해 잘 드러난다. 각 계열사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그룹은 올해 공격적인 M&A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 사업 구조조정의 딥체인지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한·미·일 연합’을 결성해 도시바메모리 부문의 인수 투자를 확정하고, 15조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 본사에 신규 반도체 공장(M16)을 준공하기로 했다. 또 지난 7월엔 SK㈜가 미국 바이오·제약 업체인 앰팩을 51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제약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국내 업계 내 해외 제약사 M&A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SK네트웍스는 카셰어링과 렌터카 사업을 하는 AJ렌터카 인수를 통해 자동차 공유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비주력 계열사 매각으로 ‘사업 구조조정’ 속도
이와 더불어 최 회장은 사업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해운·SK증권·SK엔카 등 비주력 계열사들을 잇따라 매각했다. 오는 11월말께면 SK해운의 주인이 투자 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로 바뀐다. SK해운은 그룹의 앓던 이었다. 한 때 국내 4위의 해운사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자본잠식에 빠졌다. SK해운은 신주와 전환 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한앤컴퍼니로부터 1조5000억원을 투자받고,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최대 주주(71%)가 된다.
지난 7월엔 SK증권 지분 10%를 사모펀드 운용사(PE)인 J&W파트너스에 매각, 중고차 사업인 SK엔카직영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이는 비핵심 사업을 솎아내고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최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산 분리,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함께 피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각 계열사 ‘R&D 융복합’ 밑그림
각 계열사도 신사업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뉴 SK를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선 상태다. SK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공지능(AI)부터 자율주행, 5세대(5G)까지 다양한 신기술을 각 산업군에 침투시킴으로써 초연결, 초융합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SK의 최대 강점인 각 계열사의 핵심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9’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핵심 계열 3사가 공동 부스를 마련해 그룹 모빌리티 사업을 선보이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우 계열사 간 R&D 역량의 통합과 시너지 창출이 절실하다는 지적을 일각에서 받아왔다”면서 “4차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R&D 인재 확보와 역량 강화에 집중적 투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