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名博' 남발..'권위는 없고 장사만 있다'

박근혜 당선인도 3곳서 명박 받아
선정과정 관리 강화해 남발 막아야
  • 등록 2013-01-02 오전 8:30:00

    수정 2013-01-02 오전 8:30:00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대학들이 ‘명예박사’ 학위를 남발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가 대학의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위는 사라지고 장사만 남은 것이다. 한 대학 교수는 “대학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이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하는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원대, 2년새 名博 25명 수여

이데일리가 전국 4년제 대학 180곳을 대상으로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최근 3년간 ‘명예박사학위 수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학들은 한해 평균 180건의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명예박사 학위는 주로 서울 주요대학과 지방 거점대학 등이 남발했다.

최근 3년간 대학별 명예박사 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강원대학교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강원대는 2010~2011년에만 25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어 ▲서울신학대 16건 ▲용인대 13건 ▲고려대 12건 ▲부경대·계명대·성결대 각 10건 ▲한국과학기술원(KAIST) 9건 ▲한양대·동아대·전주대 각 9건▲한국외대·충북대 각 8건 ▲충남대· 부산대 각 7건 ▲한남대·순천향대 각 6건 ▲연세대·건국대·전북대·전남대 각 5건 등이었다.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08년 카이스트 명예이학박사, 부경대 명예정치학박사를 받은 데 이어 2010년에는 모교인 서강대학교에서 명예정치학박사를 받았다.

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동아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전북대·금오공과대), 이기수 양형위원장(연세대), 정준양 포스코 회장(연세대), 최신원 SKC 회장(건국대), 윤병철 전 하나은행 회장(부산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충남대) 등이 이 기간 동안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 名博 “선정과정 관리 강화해야”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원에 박사학위 과정을 둔 학교는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명예박사 학위 수여가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얘기다. 명예박사 수여가 학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09년에는 정몽준 의원이 전남대에서 명예철학박사를 받기로 했다가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앞서 2005년에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고려대에서 명예철학박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명예박사 수여는 대학 자율로 하기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 명예박사를 남발해도 특별한 기준이 없는 탓에 무조건 많다고 지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개별 대학, 특히 총장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교육당국이 통제하지 않으면 학위장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학의 권위가 떨어지지 않도록 명예박사 수여에 앞서 명단을 공개하고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등 선정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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