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변호사]실격당한 이들의 변호사 김원영

장애인 인권 관련 다양한 활동 몸 담는 변호사
"장애인 차별, 민주적절차 기대면 시정 느려…법원 나서야"
"정신 장애인에 대한 법적 차별 여전히 남아 있어"
  • 등록 2018-11-06 오전 6:00:00

    수정 2018-11-06 오전 6:00:00

지난 18일 서울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변호사가 된 계기를 설명하며 웃고 있는 김원영 변호사 (사진=송승현 기자)
이데일리에서는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온 판결을 이끌어내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세상을 밝히는 데 일조하고 있는 명(明)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김원영(37) 변호사는 휠체어를 탄다. 김 변호사는 수시로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안고 태어났다. 지체장애 1급이다. 어린 시절 그의 집 현관은 계단으로 돼 있어서 15살 때까지 집과 병원을 제외하면 밖을 나설 수가 없었다. 집안에 갇혀 바깥 나들이조차 쉽지 않았던 그는 현재는 변호사로서 장애인 인권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자신이 장애를 극복한 입지전적적인 인물로서 묘사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자칫 ‘노력의 문제일 뿐 장애는 큰 걸림돌이 아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신이 변호사가 되기까지 가족 뿐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장애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4년 동안 국가인권원회 장애차별조사관으로 활동했다. 요즘은 전국장애인차별연대에서 장애인복지법의 대체법안 마련작업을 돕고 있다. 김 변호사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등 2권의 저서를 낸 작가이자 서울대 법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의 어린 시절은 회상할 만한 기억도 별개 없다. 15살 때까지 병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뒤늦게 초등학교와 중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주변의 도움 덕에 친구들과 함께 일반고를 다닐 수 있었다. 몸은 불편했지만 공부는 잘했다. 서울대에 들어갔고 장애를 가진 지인들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서울대 캠퍼스 내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옛날부터 일종의 ‘번역가’가 되고 싶었다. 법률가가 돼서 법 용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며 “동시에 생계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변호사를 선택한 현실적 이유”라고 웃었다.

김원영 변호사가 최근 펴낸 저서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진=사계절출판사)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 2인 동의와 정신과의사 소견서만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을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판결했다.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조항에 대한 심리가 진행될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헌재에 ‘위헌’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 이때 의견서에 담을 내용을 연구하고 작성한 이가 김 변호사다.

그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했다. 아직까지 정신·발달장애인에 대한 법적 차별이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을 담은 법규가 많이 정비됐다고 하지만 정신·발달 장애인들은 정신병원에 가는 순간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침대에 몸을 묶는 등 인권을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장애인 권리와 관련한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재판장 김춘호)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놀이기구 탑승 금지 조치는 “장애인 차별”이라고 판시했다. 동시에 시각장애인 탑승을 제한한 에버랜드의 가이드라인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장애인 인권보호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보다 빠르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다수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집단이 아니어서 민주주의 절차를 거치면 차별시정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면서 “강제성을 갖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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