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는 보통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 맥을 못추는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은행주의 경우 대출자들의 빚 상환 부담이 늘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가 뚜렷해집니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세적인 금리 인상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금리에 반영되고, 이는 곧 이자이익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편 증권주의 경우 경기가 둔화되면 증시 투자 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죠.
미국의 경기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우려는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국채시장에선 3개월물의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일어나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수익률이 2년물을 밑돌면서 또 다시 ‘R의 공포’가 재현됐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을 대표하는 2년물 금리가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진 건 2007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시점에서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자신의 시가총액 5분의 1을 금융주에 베팅하고 있다고 합니다. 금융주가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말(12%)에서 훨씬 커졌다고 하네요. 심지어 버크셔의 보유주식 상위 10종목 중 6종목이 금융주, 이들을 총 1000억달러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주 보유는)버핏이 미국경제의 앞날에 얼마나 큰 돈을 걸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죠.
버핏의 이번 선택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지금으로썬 알 수 없습니다. 당장 ‘R의 공포’가 재현된 지난 14일(현지시간) 금융주는 미국 시장에서 3.56% 급락한 상황이긴 합니다. 지속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버핏. 이번 선택을 통해 그가 ‘오마하의 현자’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