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난국 헤쳐갈 후보자는 없는가

  • 등록 2020-04-03 오전 5:00:00

    수정 2020-04-03 오전 6:01:12

확산되는 코로나 사태도 선거 바람은 꺾을 수 없는 모양이다. 제21대 총선의 선거운동이 공식 시작되면서 길거리에 일제히 나붙은 지역구 후보자들의 현수막에서 정치 무대를 향한 본능적인 의지가 느껴진다. 지하철 입구나 건널목을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은 명함을 나눠주는 운동원들의 차지가 돼버렸다. 후보자와 운동원들이 한 표를 달라며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에서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후보들마다 내세운 공약은 서로 다를지라도 주장하는 바는 한결같다. 자기가 의정 책임을 맡겠으니 믿고 투표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 현실을 돌아보면 이번 후보들에게도 썩 믿음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명실공히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지 30여년에 이른 지금도 퇴행적 행태가 여전하지 않은가. 심지어 온갖 범죄 전력자와 투기꾼, 협잡꾼들까지 나서서 지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서로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빴다. 특히 작년 말의 선거법 파동은 이번 선거에서 후유증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해괴한 ‘의원 꿔주기’와 위성정당 사태가 그것이다.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여기에 가담한 군소정당들이라고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러고도 다시 한 표를 달라며 읍소하고 있으니,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배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역대 의원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앞세웠던 공약 가운데 한두 가지씩만 지켰더라도 우리 정치가 이렇게 불신의 늪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단 금배지를 달고 나면 마음이 바뀐다는 게 문제다. 지도부의 눈에서 벗어나면 다음 공천을 받기 어렵다는 걱정에 평소 소신을 내버리고 정당 권력에 굽실거리는 사태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정치가 사람을 좀비나 깡패로 만든다”는 얘기가 왜 나왔겠는가. 이번 선거의 공천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확인된 사실이다.

국정 난맥상이 이어지는 게 그 결과다. 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검증도 안 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주52시간제까지 도입됐으니, 기업들로서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노릇이다. 여기에 탈원전 정책으로 멀쩡하던 기업들이 거덜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겠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불의를 용납하는 권력층의 이중성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탓이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중이다. 마스크 수급에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끝내 ‘5부제’ 시행에 이르렀고 소상공인들에 대한 긴급대출도 ‘홀짝제’ 줄세우기로 귀결됐다. 빈곤층에 긴급구호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면서도 그 기준을 놓고 뒤늦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애처롭기조차 하다.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를 내리지 못한 탓에 지금도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엉거주춤한 방역 방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후보자들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려는 생각에서 나섰느냐 하는 것이 궁금하다. 그렇다면 가급적 상식과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다짐이 먼저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중의 눈치를 살피며 영합하려는 자세도 옳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신을 지킴으로써 한 번의 임기만 채우고 그만둬도 좋다는 각오다. 이런 다짐조차 없다면 아무리 재선을 하고, 3선을 하더라도 우리 정치의 발전은 기약하기 어렵다.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것은 국가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지 단순한 ‘월급쟁이 의원’은 아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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