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투명하게 공개한다더니…국민연금, 투자부진 숨기기 급급

  • 등록 2018-10-18 오전 4:30:00

    수정 2018-10-18 오전 9:18:38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기금의 투자 내역을 자세히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이 기금의 투자자산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신뢰도 회복할 것이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4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18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이날 국내 주식을 비롯해 채권, 대체투자 관련 통계치까지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모든 자산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국민의 투자자산 정보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자산군별 자금집행 현황을 비공개하기로 했다. 월별로 자금집행 현황을 밝히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7월 말 현재 국민연금이 투자를 집행할 예정인 여유자금은 67조5000억원에 달한다. 채권에는 52조3000억원, 주식 9조5000억원, 대체투자 5조6000억원이 각각 배분된다. 대체투자의 경우 최근 6개월 동안 순수하게 집행한 자금을 밝혔으나 앞으로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밝히지 않겠다고 정보공개 계획을 바꿨다.

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이란 국민연금의 해명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대체투자 부진이 심했던 탓이다. 올해 1~6월 국민연금이 집행한 대체투자 금액은 1251억원으로, 당초 계획 2조4772억원 중 2조3521억원은 미집행 예산으로 남아 있다.

더구나 7월부터는 투자 여부, 수치마저 없을 뿐더러 올해 초부터 작업했던 대체투자 비중 산식 변경 및 리밸런싱을 통해 마치 투자가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지난 5월 발표한 중기자산배분안을 보면 2023년 말에 목표한 대체투자 비중은 15% 안팎이며 2019년 말 대체투자 목표치는 12.7%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는 전체 자산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9% 수준인데 이를 13.6%까지 끌어 올려야 국민연금이 세운 장기적인 목표치를 채울 수 있다. 적어도 11.1%까지는 높여야 한다. 이렇듯 단기적인 목표치(전술적자산배분·TAA)를 채우지 못하고 지속해서 포트폴리오에 구멍이 생기면 5년 단위로 세운 장기 포트폴리오(전략적자산배분·SAA)에도 차질이 생긴다.

결국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집행 부진 해소 방안으로 △대체투자 SAA 비중 산식 변경 △대체투자 SAA 리밸런싱 △대체투자 SAA 자동 리밸런싱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에 지난 8월 초 대체투자 SAA 비중은 리밸런싱 규칙에 따라 4거래일에 걸쳐 총 마이너스 0.2%포인트 리밸런싱 돼 8월 말 SAA 비중이 허용범위 이내 수준으로 잡혔다.

산식을 바꾸고 대체투자 장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부진을 막은 셈이다. 투자가 부진하니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해 장기적인 목표를 채우는 게 아니라 현 상태 투자를 조정해 공식적인 수치만 맞춘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산식은 기술적인 부분이라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기계적인 산식에서 현실적인 산식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비중을 조절한다고 해서 부진을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업계에서 여전히 국민연금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더구나 투자내역을 공개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한순간에 없던 일로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맡긴 643조원의 연금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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