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명퇴로 빈자리 커진 학교들 …이번엔 `기간제교사 부족` 대란

올 2월 명예퇴직 교원 6019명…전년대비 1380명 늘어
학교마다 명퇴·휴직 빈자리 채우려 기간제 채용 전쟁
교통·근무여건 열악 농어촌학교 학생 학습권까지 피해
“도서벽지 기간제근무경력 임용 시 가점 주자” 주장도
  • 등록 2019-03-19 오전 6:11:00

    수정 2019-03-19 오전 7:40:43

충북 청주 봉정초등학교를 찾은 취학예정 아동들이 1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전국적으로 교원 명예퇴직자가 급증하면서 학교 일선에서는 기간제교사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교육청 차원에서 기간제교사를 채용, 충분한 인력풀을 구성한 뒤 각 학교에 배치해주는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근무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학교에서는 도서벽지 기간제 근무 경력자에게 교원임용시험에서 가산점을 주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17개 시도교육청 명퇴교원 전년대비 모두 증가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2월말 명퇴 교사 수는 6019명으로 지난해 2월·8월 명퇴자를 합한 6143명에 근접했다. 지난해 2월말 기준 명퇴자 수(4639명)와 비교하면 1380명(29.7%)이나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명퇴자 수가 221명 늘었으며 △충남 168명 △부산 146명 △전남 124명 △대구 123명 △경기 120명 △경북 116명 순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지난해 2월 대비 명퇴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명퇴 교원 수가 급증하면서 학교 현장은 기간제교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특히 교통·근무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은 예비교사들이 지원을 꺼리는 탓에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원래 임용고시 준비를 본격화하는 2학기가 기간제교사를 구하기 어려웠지 1학기부터 구인난을 겪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전국적으로 명퇴 교원이 급증하고 있고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기간제교사에 지원하는 예비교사 자체가 줄고 있어 생겨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8~2019 2월말 교원 명예퇴직 수용 현황(자료: 교육부)


실제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명퇴교원이 124명 늘어난 전남의 경우 휴직교원을 포함, 이번 학기에만 160여명을 기간제교사로 채용해야 한다. 농어촌 학교가 많은 강원은 예비교사들이 지원을 기피해 초·중등학교에서 최소 235명의 기간제 교사 채용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도 지난해보다 교원 명퇴자가 116명 증가한 데 이어 초등교원 임용까지 미달되면서 기간제교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매년 3만 명에 달하는 출산·육아·질병·간병 휴직 교원의 공백까지 기간제 교사로 채워야 하는 학교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간제 교사는 통상 연초에 1년 단위로 계약을 하지만 중간에 명퇴·휴직 교원이 생기면 2학기 때 급하게 구하는 경우도 많다.

농어촌 학교 “기간제 구인난으로 매년 전쟁”

강원 원주시 A고교는 명퇴·휴직 등으로 이번 학기 10명이 넘는 기간제교사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 학교 남현준(가명·43) 교사는 “3차까지 기간제교사 모집공고를 내면서 겨우 채용을 마쳤다”며 “원주시는 그나마 강원도 내에서는 대도시에 속하는데 여기 출신들도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면서 매년 기간제교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토로했다. 농어촌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도 “전철역이 인접해 있거나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은 그나마 기간제교사 채용이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매년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이런 애로사항을 감안, 기간제교사 인력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남 교사는 “교육청에서도 기간제교사 인력풀을 운영하지만 국·영·수 등 주요 과목을 제외한 소수 과목은 기간제교사를 구하기 어렵고 도서벽지는 인력풀에 등록돼 있어도 해당 예비교사가 원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아예 교육청 차원에서 기간제교사를 채용, 충분한 인력풀을 구성한 뒤 필요한 학교에 배치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김동석 본부장은 “도서벽지 학교들은 수차례 공고를 내도 기간제 지원자가 없어 파행적 학사운영이 불가피하다”며 “교육청에서 기간제교사를 채용한 뒤 필요한 학교에 배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제교사 인력풀 꾸리고 임용 시 인센티브 줘야”

이러다보니 농어촌 학교에서 기간제로 근무한 경력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주장도 있다. 워낙 근무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임용시험도 매년 미달되는 곳이 많아 정규교사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서다. 정규교원이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더라도 월 3~6만원의 수당을 받는 게 전부다. `정규교원 임용시험 미달→기간제교사 구인난→학습권 침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겨나는 이유다.

남 교사는 “농어촌지역에서 기간제로 근무한 경력에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예비교사가 도서벽지 근무 경력으로 정규교원 임용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면 근무여건이 열악하더라도 지원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로 교육부는 아직 학교현장의 기간제교사 구인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 초 시도교육청과 교원 수급 등에 대한 협의를 가졌는데 일선학교의 기간제교사 구인난은 아직 듣지 못했다”며 “농어촌 지역 근무경력을 정규교원 임용 시 반영해달라는 요구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만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