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블록체인과 네트워크 전쟁

  • 등록 2019-04-02 오전 6:30:00

    수정 2019-04-02 오전 6:30:00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탑재하기로 한 데 이어 IBM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실시간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IBM Blockchain World Wire)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발표했는가 하면 페이스북은 자사 메신저인 왓츠앱을 이용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위주였던 블록체인 산업이 재편을 앞두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 IBM, 페이스북 등 IT 산업의 글로벌 대기업이 블록체인 산업에 참여를 선언하기 이전에도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과 다음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 X 등 대기업 계열사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대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블록체인이라는 본질은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그 자체가 기업의 활동인 반면 대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그들의 원래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는 정도다. 즉 삼성전자는 자사의 주요 비즈니스인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지갑 기능을 탑재했고 IBM은 IT 컨설팅이라는 자사 비즈니스의 강점을 이용하여 블록체인 기반 금융결제 네트워크를 가동하였으며, 페이스북 역시 사회 관계망 서비스와 메신저라는 그들 비즈니스의 기반 위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해외 송금기능을 탑재하려 하고 있다. 기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사람들도 대기업의 이러한 참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차이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그 차이점은 바로 네트워크다. 금융이나 인터넷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기능한다. 즉 이러한 비즈니스는 나 혼자만 사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수록 그 가치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며 그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에만 비로소 가치를 한다.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그 가치를 갖는다. 나와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해당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일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기능하는 비즈니스는 일종의 네트워크 의존성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여야 가치가 있는데, 그 네트워크가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다시 참여자가 많아져야 하는 동어반복적 상황이 발생하기에 초반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네트워크 의존성은 블록체인 산업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토큰 혹은 암호화폐가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러한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다시 해당 블록체인 토큰이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야 한다.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야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사용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의존성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결정적 우위가 나타난다. 대기업은 이미 자신들의 고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기에 네트워크로서 가치가 있고 그렇기에 사용자가 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유인과 가치가 생긴다.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기반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 예다. 이미 한국인 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에 카카오톡 기반 블록체인 토큰은 그 사용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은 존폐의 기로에 선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비록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네트워크는 작거나 없지만 글로벌로는 결국 비트코인 혹은 이더리움이라는 기반 위에서 진행되며 그 자체로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상호 연결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이미 확립된 글로벌 대기업 기반 네트워크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같은 경우는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협회를 만들어 꾸준히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자생적 네트워크의 형성을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한국에서 핀테크와 블록체인 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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