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선동열 감독을 몰아냈는가

  • 등록 2018-11-16 오전 6:00:00

    수정 2018-11-16 오전 7:21:52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전격 사퇴는 여러 가지 파문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주장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회 풍토에 대한 고발이 첫 번째다. 선 감독이 그제 긴급기자 회견을 열어 “감독직 사퇴를 통해 야구인의 명예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려 한다”고 밝힌 데서도 비장함이 느껴진다. 대표팀의 명예와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퇴에 이른 속사정을 말해준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자신의 명예도 더 이상 짓밟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두둔하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사태의 발단이 된 최근 국정감사 장면을 떠올리면 그의 심사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손혜원 의원은 그를 증인석에 불러내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사퇴를 하든지 두 길만 남았다”고 질책했다. 대표팀 선수 선발과정에서 불거진 군 미필자 특혜의혹과 관련한 질책으로는 가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선수를 제대로 뽑으려면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게 낫다”는 발언으로 그 스스로 논란을 부추겼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수 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는 그의 사퇴의 변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 경기에서만이 아니다. 모든 사회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얘기다. 감독 직책을 맡겨 놓고 도중에 흔들어 대서야 어느 누가 책임지고 임무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겠는가. 국가대표 감독을 유례없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시켰다는 것부터가 그러하다. 이제 스포츠 분야도 국회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논란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의 대응도 원만한 편은 아니었다. 우리 야구계의 현실에서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지 않다거나 아마추어 선수도 대표선수에 선발되는 것이 바람직했다면 굳이 국정감사 자리까지 갈 것이 아니었다. 마치 ‘야구 해설가’ 같은 그의 공개적인 발언이 선 감독의 자존심을 더욱 건드렸을 것이다. 이래서는 한국의 스포츠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선 감독의 사퇴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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