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품은영화大戰]④정유정 작가 "영화 '7년의 밤' 정말 좋았다"

타이베이·독일·일본 등서 독자 만나
'7년의 밤' 영화 만족…일본서도 개봉
'내 심장을 쏴라' 가장 애착가는 작품
차기작 '진이, 지니'…첫 여성 주인공 소설
  • 등록 2018-12-07 오전 6:00:00

    수정 2018-12-07 오전 6:00:00

정유정 작가(사진=은행나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요즘 이 작가만큼 전 세계를 돌며 바쁘게 독자를 만나는 사람도 없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데 이어 일본 독자를 대상으로 한 ‘문학행사’에도 참여했다. 마흔이 넘어 등단한 이후 내놓는 소설마다 연달아 히트를 치며 ‘괴물 작가’라는 호칭을 얻은 정유정(52) 작가 얘기다.

정 작가의 소설은 특히 영화판에서 인기가 많다. 장동건과 류승룡의 숨막히는 연기대결이 돋보였던 ‘7년의 밤’은 국내를 넘어 일본에서도 개봉했다. 정 작가는 “내 소설을 영상으로 얼마나 충실히 구현해냈느냐 하는 문제엔 관심이 없다. 그보다 감독의 세계관은 무엇인지, 영화 자체로 완성도는 어떤지 등이 궁금하다”며 “그런 면에서 영화 ‘7년의 밤’은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종의 기원’과 ‘28’ 역시 영화화 판권이 팔렸다. 정 작가는 “‘28’은 쓰는 과정에서 가장 고생했던 작품”이라며 “시점은 여섯개나 되고 화자 역시 여섯 명이 등장하는 등 스케일이 커서 주제 구현이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며 “두 작품 모두 영화로 볼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K-스릴러’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종의 기원’은 미국 최대 출판그룹인 펭귄북스를 통해 출간되며 ‘K-스릴러’ 바람을 일으켰고, 내년에는 ‘7년의 밤’이 영미권에서 나올 예정이다. 정 작가는 “현지의 평론가나 편집자들이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문학적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현지 행사에서도 ‘엔터테인먼트와 문학의 조화’라는 평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외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올해 ‘종의 기원’이 영미권과 유럽에서 출간되면서 해외 독자행사가 많았다. 타이베이, 베를린, 런던 등을 돌았다. 특히 일본에서 ‘7년의 밤’이 책과 영화로 나왔고, ‘종의 기원’ 일본어판은 내년 2월경 출간 예정이다. 일본인들이 대체로 수줍음이 많다는 편견이 있어 썰렁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 긴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책에 사인을 받아갔다. 한국문학에 대단히 호의적이란 느낌을 받았고, 더 다양한 장르의 한국작품으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들었다.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취재를 한다고 알려져있다

△‘내 심장을 쏴라’를 쓸 때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환자들과 일주일간 생활한 적이 있다. ‘버킹엄공주’라고 자칭하는 아가씨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바람에 자동으로 ‘여왕’에 즉위하게 됐다. 그들과 헤어지던 날 베란다 난간에 일렬로 서서 손을 흔들며 ‘여왕, 안녕’ 하고 인사를 하는데 울컥했던 나머지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한 달 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다. ‘내가 과연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게 정당한가’라는 갈등에 시달렸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치밀하게 탐색해왔다

△보통 인간은 선과 악을 모두 지니고 있다. 사실 선하기만 해서도, 악하기만 해서도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 평범한 인간에게도 악의 천성은 존재한다고 본다. 누구라도 어느 날 ‘지옥 버튼’이 눌려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압박해제 단추’를 누르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 들여다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불편하고 무서운 진실이지만, 이를 외면해버리면 언제까지나 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일하는 워킹맘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습작을 시작할 때 아들이 7살이었다. 그때부터 남편이 키우다시피 했다. 그와중에 내 뒷바라지까지 해줬다. 워킹맘이라는 이름표를 달기가 부끄럽다. 남편과 아들은 무명시절에도, 지금도 내 삶을 존중하고 응원해준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차기작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내 심장을 쏴라’다. 춥고 어두운 물길을 지나는 것 같았던 나의 20대에 대한 은유이자,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을 청춘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책 첫머리의 헌사는 그런 의미다. 차기작으로는 처음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진이, 지니’를 준비 중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강인한 성격의 침팬지 사육사 진이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자, 판타지 기법을 차용해 진정한 죽음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종의 모험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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