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고수한 채권단…한달도 안 걸린 매각 막전막후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막전막후
산은, 자구계획안 이례적 언론 공개
하루만에 공식 발표 통해 거부 의사
이동걸式 구조조정 속도전 또 보여
  • 등록 2019-04-16 오전 6:03:00

    수정 2019-04-16 오전 6:03:00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발단은 지난달 22일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다. 그러니까 아시아나항공을 팔 생각이 전혀 없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5일 매각을 결단하까지 불과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지난 10일이다. 매각만은 피하려던 박 전 회장이 결국 매각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신호가 이때 채권단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전격 퇴진을 발표했다. 이후 13일 만인 지난 10일 자구계획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3년 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는 약속과 함께 5000억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계속 품겠다는 의지를 보인 건 딱 이때까지다. 자구계획안을 전달 받은 산은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험악했다고 한다. “결국 또 오너 일가를 위한 것 아니냐”는 기류였다. 산은은 이례적으로 자구계획안은 언론에 공개하고, 곧장 채권은행들을 불러모았다. 채권단 회의는 거의 성토장이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도대체 왜 돈을 더 넣어야 하냐는 분위기가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급기야 채권단은 불과 하루 뒤인 11일 공식 발표를 통해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금호 측은 충격에 빠졌다. 그룹 경영진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열고 방안을 찾았다. 하지만 그 이후 금호 측은 채권단과 물밑 접촉을 하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의중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며 그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절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이 11일 공식 자료를 통해 유상증자를 언급한 것 자체가 매각 수순을 의미했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 이후 채권단과 금호 양측 실무자급이 릴레이 협상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안을 구체화한 게 지난 주말이다. 박 전 회장도 그 과정에서 결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이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지분(33.47%, 6868만8063주)을 팔기로 했다. 새 주인이 이를 전량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산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수합병(M&A) 방식은 채권단 회의 등 추후 절차를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해 이번 정부의 대기업 구조조정 원칙론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금호타이어와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등 굵직한 매물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한데 이어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주도하면서, 구조조정 속도전을 또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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