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52시간제 우려, 현실로...현대오일뱅크, 설비보수 발목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업계 첫 정기보수
예정기간 한달보다 열흘 이상 늦어져
"일자리 창출 효과 없이 기업·직원 부담만 커져"
  • 등록 2018-09-19 오전 5:20:00

    수정 2018-09-19 오전 11:01:45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현대오일뱅크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정유·석유화학업계 첫 정기보수에 돌입한 현대오일뱅크가 결국 생산 재개 예정일을 지키지 못했다. 3개월 탄력근무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과 근무시간 제한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내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의구심이 현실화된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제1공장(원유정제처리시설 및 중질유분해시설 등)의 생산을 중단하고 정기보수 작업에 돌입했지만, 생산재개 예정일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작업을 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기보수는 일년 전부터 준비작업을 진행하며 외주업체들과의 계약 등 여러 이유로 예상 기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태풍과 폭우 예보 따른 작업중단으로 설비별로 예정일보다 며칠 지연된 것은 맞으나 현재 대부분 설비가 시운전 중이며 곧 정상 가동에 돌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정기보수 기간 지연을 막기 위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3개월 탄력근무제까지 도입했지만, 근무시간 제한을 지키는 동시에 인력부족을 함께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현대오일뱅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예정일 보다 생산재개가 열흘 이상 연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여전히 작업이 채 마무리되지 못한 곳들까지 있다”며 “인력이 충분하다면 원만하게 정기보수가 진행됐겠지만, 인력 충원이 소극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규정한 근무시간은 지켜야하니 결국 시간이 부족해 생산재개가 지속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정기보수 기간이 연장될수록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설비별로 2~3년에 한번씩 보수를 진행하는 업계 특징상 이를 위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채용을 늘리지 않고 정기보수 기간을 늘리면 가동중단에 따른 매출액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정기보수가 진행되는 1공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9318억원으로 하루에 11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기업으로서는 최소한의 인력 및 기간를 들여야하는 입장으로, 결과적으로 이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양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탄력근무제를 적용한 인원들은 3개월 평균 주 52시간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이후 정상가동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휴가조차 쓸 여력이 없어진다”며 “현장에서는 행여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현대오일뱅크 뿐 아니라 향후 정기보수를 진행해야하는 모든 정유·석유화학 업체들도 예외없이 동일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업체들은 하반기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는 대한석유협회 등을 통해 정기보수를 ‘특별 인가 연장근로’에 포함하거나 현재 3개월까지 허용되는 탄력근무제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특별 인가 연장근로란 자연재해나 재난 등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는 제도로,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불가입장을 밝힌 상황”이라며 “탄력근무제 연장과 관련해서는 업체 실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땅한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유·석유화학 설비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프라 설비인 동시에 사고 발생시 재난에 가까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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