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가전 잔혹사]③삼성·LG가 편애하는 OEM의 명암

과거 척박한 환경, OEM으로 성장한 국내 전자기업
지금은 그늘돼 제2의 삼성·LG전자 탄생 가로막기도
저가 소형가전, 주로 국내 중견 업체와 ODM 맺고 중국 등서 생산
  • 등록 2016-06-23 오전 7:00:00

    수정 2016-06-23 오전 7:00:0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세계 최고 가전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마진도 얼마 되지 않는 저가 소형가전까지 넘보는 게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중소 가전 기업 관계자의 푸념이다.

과거 척박한 한국 가전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이 지금 국내 중견·중소 가전기업의 도약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OEM·ODM방식이 제2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의 탄생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중견·중소기업이 100원을 들여 국내 생산하던 것을 대기업이 중국 생산 ODM을 통해 비용을 80원으로 낮추고 브랜드 파워가 강한 삼성·LG 로고를 붙인다면 유통망도 취약한 중기제품이 내수시장서 이들과 경쟁하기는 버거울수밖에 없다.

제습기로 유명한 위닉스는 2013년 한때 내수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제습기 시장도 꾸준히 성장해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시장으로 변모했다.

ODM방식으로 업소용 제습기를 판매하던 삼성전자는 제습기 시장이 급성장하자 뒤이어 2014년 또다시 ODM 방식으로 가정용 제습기 시장까지 진출했다. 1986년부터 제습기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도 제습기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제습기 사업을 강화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 및 사업 강화로 2014년 2631억원이던 위닉스 매출액은 지난해 1975억원까지 감소했다.

운이 좋게 대기업과의 진검승부를 피한 업체도 있다. 세계최초로 침구청소기라는 분야를 개발한 레이캅은 일본에도 수출해 현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침구청소기가 잘 팔린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2012년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또 예외없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유명 연예인 광고를 할 정도로 침구청소기 시장 석권을 노렸다. 하지만 시장은 500억원대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해 대기업들의 관심도 함께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들 대기업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다. LG전자·삼성전자 현재 모두 국내 ODM을 통해 내수시장에서 침구청소기를 팔고 있다. 아직 덩치가 작은 레이캅으로선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성장 날개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 일본에선 2014년 파나소닉, 지난해는 도시바와 히타치가 침구청소기 시장에 들어왔다. 레이캅의 시장점유율도 2014년 85%에서 지난해 60%로 뚝 떨어져 대기업 시장진출에 대한 중소 소형가전 업체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국내 전자 대기업들은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할때 주로 ODM 방식을 이용한다. 선풍기·제습기·유선전화기 등 저가 소형 가전 제품들은 주로 국내 중견 가전업체나 수입상과 ODM을 맺은 후 중국 생산을 통해 들어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보국전자에 제습기 ODM을 준 후 중국 유롱산업에서 제품을 받는다. 선풍기는 MN이라는 수입업체와 ODM 계약을 맺은 후 중국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들여오는 걸로 알려진다. LG전자도 국내 중견기업에 ODM을 주거나 에릭슨엘지처럼 해외 합작법인·자체 현지공장 등을 통해 저가 소형가전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고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LG전자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개별 거래 문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이 저가 소형가전까지 ODM을 통해 내수시장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기적합 업종제도처럼 중소기업에 일정한 시장을 내주는 방법이 있다”며 “적어도 해외업체에 ODM을 주는 것보다 국내 업체에 ODM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대기업들이 저가 소형가전을 ODM 방식으로 들여온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할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전시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곳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제품 라인업은 기업의 판단이고 정부는 시장에서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느냐를 관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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