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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유일한 스포츠에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호흡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경기에요. 그런 정신을 우리 학생들이 조정을 통해 배우길 기대합니다.” (김도연 포스텍(포항공과대) 총장)
공부벌레들의 집합처인 포스텍과 DGIST에는 다른 대학에서도 흔히 찾아보기 힘든 조정팀이 있다. DGIST는 손상혁 총장이 취임한 뒤 2013년 조정부를 출범시켰다.
2015년부터는 미국 MIT와 하버드·영국 캠브리지· 중국 홍콩과학기술대·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호주 시드니대 등을 초청해 ‘세계명문대학 조정축제’를 개최하는 등 국내 대학 조정팀의 구심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 총장은 “제가 DGIST에 오고 캠브리지 조정팀 선수 출신인 인수일 지도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교수 겸 대외협력처장)도 비슷한 때 와서 힘을 합쳤다”며 “지금은 포스텍,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도 조정팀을 만들어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대학조정대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통했다. 올해 대회는 지난 28~29일 양일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렸다. DGIST는 2014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인수일 DGIST 조정팀 대외협력처장은 “서울대, 연세대,고려대, 인하대, 한국외대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 조정팀 사이에서 신생팀이 출전 3년만에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쉽지 않은 결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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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조정팀은 창단 1년 만인 올해 지난 1~2일 부산에서 개최된 제 43회 장보고기 전국조정대회에서 여자 대학부 콕스트포어(4+) 종목 2위, 남자 대학부 에이트 종목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거뒀다. 국내에는 포스텍과 DGIST를 포함해 연세대, 고려대 등 13개 대학이 조정팀을 운영하고 있다.
조정으로 이어진 두 대학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인 김 총장(재료공학과 70학번)과 손 총장(전자학과 72학번)은 서울대 조정팀에서 함께 운동하며 친분을 쌓았다.
김 총장은 “2년 후배인 손 총장과는 70년대에 서울대 조정팀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하며 동료애를 쌓았다. 졸업한 이후 손 총장이 미국서 교수 생활을 할 때도 자주 연락하며 종종 만났다”고 전했다.
두 총장은 입을 모아 조정 예찬론을 폈다. 손 총장은 조정으로 학제를 허무는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융합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대학생들은 뭔가 혼자 하려는 경향이 많은데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한 인재들은 자기 분야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분야 사람들까지 같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며 “4명이든, 8명이든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은 동작을 해야 하는 조정은 나를 낮추는 협동정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대구 낙동조정장과 대구시 일원에서 열리는 세계명문대학 조정축제에는 다른 국적의 학생들이 새로운 팀을 구성해 축제기간 동안 호흡을 맞춰 진행하는 융합팀 경기도 있다. 융합팀 경기 코스는 12km나 된다. 세계 최장거리의 조정경기여서 ‘수상 마라톤’이라고도 불린다.
김 총장은 조정을 통해 중고교 시절 경쟁하고 우위에 서는데만 몰두해온 학생들이 협력과 배려의 중요성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 고 기대했다.
“포스텍 조정팀 콕스(키잡이)가 여학생이다. 리더십은 남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뒤를 받쳐 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조정을 통해서 상대를 배려함으로서 이끄는 리더십을 배우고 그런 정신이 학내에 확산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손 총장은 “DGIST와 포스텍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우리나라 과학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며 “협력자이자 경쟁자로 학문·교육적 측면에서 꾸준한 교류를 해 오고 있었던 터라 조정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더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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