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는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사회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모든 공익적가치는 곧 사회적가치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도가 높은 사회적가치는 ‘빈곤 퇴치’다. UN에 정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의 첫 번째 목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에 곳곳에서 발생하며 ‘환경 보전’이라는 범지구적인 사회적가치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사회적가치는 ‘일자리 창출’이다. 단 여기에는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차별, 취약계층 고용 등 다양한 사회문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가치로 해결할 수 있다.
미투 운동으로 불붙은 ‘성 평등’ 역시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사회적가치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양극화 해소’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우리나라에 필요한 대표적인 사회적가치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세상을 구하는 일은 좋지만 돈도 함께 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인증제도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단 아무 기업이나 인증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법인·조합이나 상법상 회사, 비영리단체 등이 인증대상이며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체 근로자 중 30% 이상이 취약계층이거나(일자리제공형)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서비스를 제공받는 이들 중 30% 이상이 취약계층이어야(사회서비스제공형) 한다.
또 인증신청 직전 6개월의 총수입이 동일기간 노무비(인건비)의 30% 이상이어야 하며, 상법상 회사의 경우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에 다시 환원해야 한다. 대부분의 인증신청 기업이 어려워하는 요건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사회적기업은 2000개를 돌파했다. 정확히 2030개다. 사회적기업이 고용한 총 근로자는 4만4250명이다. 이 중 장애인·고령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2만6970명(60.9%)이다.
요건의 일부를 충족하지 못해 인증받지 못한 예비사회적기업이나 인증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있는 소셜벤처(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과 근로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더 늘어난다. 그만큼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가 어렵고 절차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인증받기 위해 애쓰는 까닭은 일단 사회적기업이 되면 정부로부터 임대료와 법인세·소득세를 3년간 지원받고 이후에도 2년간 50%를 감면받기 때문이다. 또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와 사업주 부담 사회보험료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혹자는 이런 지원이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정부 의존도를 높인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데 정부가 미처 일일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기본권을 사회적기업 혹은 누구라도 대신 챙겨줄 수 있다면 그들은 정부로부터 일정한 보상금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다만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인증 여부보다는 그 기업이 얼마나 많은 양질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라. 모든 기업이 돈을 버는 만큼 세상을 구하는 일에도 힘쓴다면? 취약계층을 근로자로 뽑거나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앞다퉈 나선다면?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또 다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꺼이 내놓는다면?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그 언저리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