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고용세습 논란’ …비수로 돌아온 박원순의 선의(善意)

선제적 정규직화 추진 ‘권력형 게이트’ 의혹으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수·시기로 해명…설득력 없어
철저한 감사로 고용세습 의혹 규명해야
  • 등록 2018-10-18 오전 5:00:00

    수정 2018-10-18 오전 9:18:17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논란’이 확산 일로다. 서울시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감사원 감사를 받아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채용 시기, 가족 관계에 있는 직원에 대해 별도의 심사절차를 거쳤다며 야당이 제기한 고용세습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1285명 중 108명이 직원의 친인척’이라는 팩트를 앞세운 비난 여론을 차단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박원순 국감’으로도 불리는 18일 서울시의 국감에서 야당은 고용세습 논란에 대해 박 시장에게 거센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제적 정규직화 추진 ‘권력형 게이트’ 의혹으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일반직)화’ 시작은 선의(善意)였다.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당시 안전 담당이 외주 직원으로 밝혀지자 박 시장은 ‘안전의 외주화’를 막겠다며 이들을 무기계약직 전환하는 것을 추진, 2017년 1월 1285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완료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들어 공공부문 비정규직(기간제와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추진되자 한발 더 나아가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이 고용은 보장하지만 근로조건에 차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의 결정이었고 올해 3월 전환이 마무리됐다. 당시 박 시장은 ‘노동존중 특별시’를 강조하며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종 차별을 받아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고용구조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안타까운 구의역 사고가 계기가 됐지만 박 시장의 의지로 서울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앙정부보다 먼저 그리고 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 추진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실에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 전환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1285명 중 108명이 자녀, 형제, 배우자 등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친인척 채용비리’ ‘고용세습’ 의혹을 받으며 박 시장의 선의는 ‘권력형 채용 비리 게이트’라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수·시기로 해명…설득력 없어

아직 의혹 단계지만 야당이 제기한 문제를 보면 공분을 살만하다. 필기시험 등이 없어 정규직보다 채용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의 친인척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해명자료에서 108명이라는 숫자를 어떻게든 작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직원 친인척 108명 중 34명은 구의역 사고 이전 전환자로, 74명은 이후 전환자로 분리했다. 그러면서 74명중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제한경쟁으로 채용된 친인척이 36명인데 용역업체나 자회사 채용 당시 이미 공채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복잡한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자회사나 용역업체의 직원이 되기 위한 공채과정과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공채과정을 같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555명 모집에 3만340명이 몰렸다. 평균연봉 6791만원, 정규직은 60세 정년을 보장받는 ‘신의 직장’인 공기업이어서다.

또 계약직이 곧 정규직 된다는 소문을 접하고 친인척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교통공사는 채용공고 시점이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일반직 전환 발표 시점인 지난해 7월 이전이라는 이유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확정된 발표가 지난해 7월이었을뿐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로 정규직 전환까지 노사간 협상이 계속된 점을 감안하면 전환 일정을 먼저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기존 정규직들의 반발이 심해 치열한 협상이 진행됐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철저한 감사로 의혹 규명해야


친인척 재직 현황조사에 대해서도 야당은 1285명 중 11.5%만 조사한 결과 108명이라고 주장했다. 전수조사를 실시하면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1만7084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했으며 최종적으로 99.8%(17,045명)이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인사처장의 아내의 정규직 전환사실이 108명의 명단에서 누락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러한 주장도 신뢰를 잃었다. 정규직 전환과정 전반을 담당하는 인사처장의 고의성이 의심되면서 고용세습 의혹만 더 커졌다.

이번 사태는 당사자의 해명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교통공사의 해명은 그저 해명에 그쳤을뿐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강원랜드와 금융권의 채용비리에 이어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논란에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공채 시험에 탈락한 취준생들은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황이어서 과정의 불공정성은 법원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는 입장문을 내면서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의 외주화를 막고 불공정한 고용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서울시의 의지였다”고 했다.

안전과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호의로 시작한 정책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고용세습, 채용비리로 비화되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엿보인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의혹이 불거진 만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감사 결과 혹시라도 문제가 드러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 차원의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서울시의 공언을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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