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자진사퇴 "이제 때가 됐다...국정감사로 마음 굳혀"

  • 등록 2018-11-14 오후 3:30:07

    수정 2018-11-14 오후 3:37:05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선동열(55)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사령탑에서 내려온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사상 첫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불과 16개월만에 중도 사퇴하게 됐다.

선동열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7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때가 됐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선동열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달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 사퇴 결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선동열 감독 본인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 선동열 감독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으로부터 “아시안게임 우승이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 선 감독 때문에 프로야구 관객이 20%나 줄었다”고 비난받았다.

심지어 선동열 감독이 “TV 중계를 보면서 선수 활약을 확인한다”고 발언하자 연봉만 많이 받고 편하게 일하는 이른바 적폐 세력으로 몰리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을때 한 국회의원이 한 말이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됐다”고 털어놓았다.

선동열 감독은 정운찬 KBO 총재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정운찬 KBO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치 않다”고 말해 사실상 선동열 감독의 존재를 부정했다.

선동열 감독의 위상과 자존심은 정운찬 총재의 발언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한국 야구의 축제인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그동안 말을 아끼다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리자 곧바로 사퇴를 밝혔다.

선동열 감독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KBO 총재를 통해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됐다. 나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며 “정치권 일각의 ‘스타 선수가 명장이 되란 법 없다’라는 지적, 늘 명심하도록 하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선동열 감독은 사퇴 발표를 늦춘 이유에 대해 “국가대표 야구선수단의 명예 회복, 국가대표 야구 감독으로서의 자존심 회복,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예 회복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도 야구인의 대축제인 포스트시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때가 됐다”며 “오늘 사퇴하는 것이 야구에 대한 저의 절대적 존경심을 표현함은 물론 새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통해 프리미어12나 도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투수로 불리며 이름을 떨친 선동열 감독은 은퇴 이후 삼성과 KIA 감독을 거쳐 지난해 야구 대표팀 전임감독에 선임됐다.

그동안 야구대표팀 사령탑은 기존 프로팀 감독들이 그때그때 맡다보니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성적에 대한 부담 탓에 적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은 전임 감독 중책을 맡은 뒤 첫 국제대회인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젊은 유망주들을 이끌고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부임 후 두 번째 국제대회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회피 논란을 일으킨 일부 선수를 발탁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환영이 아닌 비판의 목소리였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선동열 감독 “2020년 도쿄올림픽을 더욱 착실히 준비하겠다”며 대표팀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뒤 사퇴 결심을 굳혔고 포스트시즌이 끝나자마자 공식 발표했다.

선동열 감독의 사퇴를 통해 정운찬 KBO 총재의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국회의원의 무리한 질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총재의 발언이 선동열 감독의 결심에 직접적인 이유가 되면서 비판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취임 후 1년이 다 돼가지만 정운찬 총재는 야구 발전에 앞장서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심지어 제대로 현안 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는 일부 비판까지 나오는게 사실이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선동열 감독의 사퇴 의사를 듣고 정운찬 총재 등이 강하게 만류했지만 의사를 꺾을 수 없었다. 선동열 감독이 의지를 강하게 굳히고 온 것 같다”며 “지금으로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유지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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