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네이션 한 송이 받을 수 없는 스승의 날

  • 등록 2019-05-15 오전 6:00:00

    수정 2019-05-15 오전 6:00:00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스승을 존중하는 풍토가 사라지면서 한낱 형식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감사의 말을 들어야 할 당사자인 교사들도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87.4%가 “최근 1~2년간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을 만큼 사기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정도의 하락은 예상했지만 역대 최고치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무너져가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다.

사기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학부모와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라고 한다.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의 폭행·폭언 등 교권침해 사례는 210건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정당한 훈육에도 소송을 거는 일이 늘면서 소송비를 지원해주는 교사전용보험 가입자가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한다. 최근에는 밤중에 학부모들이 전화로 술주정까지 하는 등 무분별하게 전화나 카톡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생들의 욕설, 성희롱 등도 여전히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교사들은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권이 침해받아도 교육 당국이 가급적 조용히 덮으려 들기 때문이다. 최근 자진해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2월말 명예퇴직 신청 교원은 6039명으로, 지난해 4632명에서 30% 증가했다. 2017년의 3652명보다는 65%나 늘어났다. 이러한 명퇴 증가가 ‘교권 추락’과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 때문에 비롯됐다는 것이 교총의 조사 결과다.

교사들이 교권 추락으로 교단을 떠나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교육 불신이 커지면서 자칫 공교육이 무너질 우려가 제기된다.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교권을 회복시켜야 한다. 교권침해를 엄벌하는 등 제도적 보호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의 관광성 외유에는 눈 감으면서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카네이션 한 송이도 받을 수 없도록 한 국민권익위의 ‘김영란 법’ 유권해석에서 드러난 일각의 비뚤어진 인식도 문제다. 사회가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존경하고 신뢰하는 스승으로 여길 때라야만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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