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애인 돌봄 사회복지사 희생에 기대는 나라

근로기준법 개정 특례업종 제외…주52시간 근무해야
현재 인력도 턱없이 부족…"3교대 하려면 예산 확보 돼야"
  • 등록 2018-11-07 오전 6:00:00

    수정 2018-11-07 오전 6:00:00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 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사회복지의날 기념식에 참석하던 중 장애인 단체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7년째 근무중인 이모(43)씨는 최근 중증장애인을 보조하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이씨가 쉬면 대체할 인력이 없어서다. 이씨는 “거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은 기저귀 갈기부터 목욕, 식사까지 모든 것을 해줘야하는데 한명이 빠지면 남은 사람들이 나눠 감당해야한다”고 했다. 점심을 거르고 밤에도 일을 하지만 휴게시간을 보장받는 것도 쉽지 않은 곳이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서 제외되면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도 주 52시간의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현재도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주52시간 근무는 현실과는 그림의 떡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생활지도원으로 불리는 사회복지사들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24시간 붙어다니며 보조한다. 인력이 부족해 2교대나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정해 놓은 초과근로시간 수당 지원 기준인 월 40시간(주 10시간)을 초과해 일한다. 당연히 보상은 없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인원으로는 한명의 생활지도원이 낮 동안 장애인 7.3명, 밤에는 13명을 지원하고 있다. 2교대를 3교대로 바꾸려면 4836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예산이다. 추가인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912억원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순차적으로 충원한다는 계획 아래 기획재정부에 우선 내년 165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나마도 삭감당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 의무시행이 2021년부터인 만큼 당장 충원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현석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실장은 “현재 지원 인력으로는 특히 취약시간인 밤 시간의 화재, 응급상황 발생 등 안전 문제에도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당장 내년부터 인력 확충에 나서지 않으면 장애인거주시설의 3교대 근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민간기업에 근로시간 단축 조기도입을 독려하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장애인복지시설은 아직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초과근무를 방치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인 돌봄을 사회복지사들의 헌신과 희생에 기대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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