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머내만세운동 기억 되찾았죠"…평범한 이들의 큰 공로

[3.1정신 잇는 사람들]④오유경 머내여지도 대표
용인 수지 동천·고기동 주민들 모여 마을역사 탐구
3.1운동 당시 일제에 처벌받은 16명 독립운동가 발굴
100년 지난 올해 유공자 서훈…독립운동 표석도 세워
지역 학교서 활용가능한 3.29운동 학습교안도 제공
  • 등록 2019-02-22 오전 6:11:00

    수정 2019-02-22 오전 6:11:00

오유경 머내여지도 대표.(사진=김아라 기자)


[용인=이데일리 김아라 기자] “평범함 그 사람이 우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평범하지만 그들처럼 나라를 위해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오유경 머내여지도 대표는 지난 1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 전, 머내(현재 용인시 동천동과 고기동의 옛 지명)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외쳤던 독립운동가들이 100년이 지난 올해에서야 정부로부터 공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엔 머내 지역의 역사적 기록을 책으로 담아내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는 오 대표는 “우연히 3.1운동에 관한 기록들을 알게 됐고 그 덕에 100년 전 태형 90대 형을 받은 16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서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머내여지도 모임이 만들어진 지 불과 2년 5개월여만의 성과였다.

머내여지도는 지난 2016년 9월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과 고기동 주민들이 마을역사와 지리를 탐구하기 위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이들은 1919년 3월 머내에도 만세운동이 이어진 기록을 찾아낸 뒤로 잊혀져 온 독립운동가 삶의 흔적을 추적했다. 당시 일본 헌병대에서 태형 90대의 즉결처분을 받았던 16명 기록을 찾아 나섰고 후손들의 증언 등을 통해 기억을 복원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후 머내 만세운동에 참여한 이들 중 이덕균 선생과 안종각 선생 2명만이 나라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덕균 선생은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안종각 선생은 다음해인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수지구 새마을 체육공원에는 이들을 기리 위해 2009년 수지3·1만세운동 기념탑이 지어졌다. 기념탑에는 16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당시를 회고한 오 대표는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수지구청 문서고에서 찾은 범죄인 명부에 담긴 기록들을 고스란히 찾을 수 있었다”며 “바로 읽어내기 쉽지 않은 기록을 머내여지도 모임을 제안한 김창희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용인시 수지구청 문서고에서 발견한 범죄인명부에는 당시 만세운동 참가자 죄명을 보안법 위반, 형의 명칭을 태 90, 즉결청명을 용인헌병분대로 적혀 있었다. 16명 이름과 당시 나이, 주소, 직업, 즉결 일자 등을 상세히 기록해 독립유공자 포상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공적 자료가 됐다.

아울러 머내여지도는 당시 만세 행렬이 지나간 옛 지도와 현재 지도를 통해 머내만세운동으로 역사를 다시 깨우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 대표는 “3.29 머내 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고기초등학교 앞에 표석을 세울 예정이라 더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주민들이 머내만세운동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이번 3월29일에는 1919년 3월29일 용인 수지구 고기동과 동천동에서 일어났던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3.29 만세운동 걷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민 500여명이 고기초등학교에서 낙생저수지 제방, 오룡뜰 앞 게이트볼장을 지내 동천동 머내 주막거리까지 약 5km 구간을 함께 행렬할 예정이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머내지역에서 벌어졌던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직접 태극기를 만들고 머리띠, 페이스 프린팅용 특문양 도장도 함께 만들었다. 오 대표는 “만세운동 재현을 통해 머내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과 외지인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첫 계기가 됐다. 행사를 계기로 주민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이해할 수 있는 시초가 됐다”고 밝혔다.

머내여지도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 대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3.29 머내만세운동 학습교안 모음집을 완성한 것을 지난해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오 대표는 “현재 한빛중학교에서 역사선생님 수업에 쓰인다”라며 “머내지역에 있는 6개 학교에서만이라도 수업에 활용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용인시교육청에도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