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2]①“식품 아닌 요리 만들라”, 임창욱의 철학이 빚은 ‘갓김치’ 종가집

김치 세계화 선봉에 선 '대상 종가집'
2006년 두산서 인수, 12년 만에 ‘초우량 브랜드’로
포장기술·유산균 연구로 ‘집에서 담근 김치맛’ 유지
배추·고춧가루·마늘까지 100% ‘우리 농산물’로 제조
수출효자 상품 된 ‘종가집’, 세계인 입맛 사로잡아
  • 등록 2018-09-13 오전 6:05:00

    수정 2018-09-13 오전 6:05:00

‘식품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총 23편의 기획 기사와 이를 엮어 낸 ‘대한민국 식품지존’(이데일리·시그니처 펴냄)으로는 모자랐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6개월 간 국내 대표 제조 식품의 탄생과 성장기를 지면으로 선보였지만, 대한민국 식품사(史)를 오롯이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식품박물관2’를 준비하게 된 배경이다. 미원, 신라면, 동원참치 등 시즌 1의 대표작에 버금가는 각 분야 넘버원(No.1) 제품들을 지면으로 소환해 탄생 과정과 뒷얘기, 성장사 등을 통해 성장 동력과 비결을 조망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입맛과 트렌드 속에서 생존뿐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국내 식품업계가 고군분투 하는 과정도 그려낼 예정이다.[편집자주]

(사진=대상그룹)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최고의 정성’으로 식품이 아닌 ‘요리’를 만들어라.”

전통 한식에 가장 근본이 되는 3가지 맛인 ‘발효의 맛’, ‘정성의 맛’, ‘자연의 맛’에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종가집의 노하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결합, 새로운 한식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철학’은 적중했다.

◇인수 12년 만에 매출 3배…세계화 성공

순수 국내자본과 기술로 1956년 설립된 세계 3대 발효전문기업 대상은 전통 발효식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한국식품의 세계화’에 대한 열의로 포장김치 브랜드인 ‘종가집’을 연매출 3300억원대 초우량 브랜드로 키워냈다.

지난 2006년 국내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1위(가정용의 62%) 브랜드인 두산의 종가집을 인수한 지 12년 만의 쾌거다. 인수 당시 연매출은 1200억원대. 10여 년간 몸집을 세 배 가까이 키웠다.

인수 당시 대상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던 해였다.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당시 임동인 대상 사장은 종가집 인수를 ‘도약의 기회’로 보고 종가집 김치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사진=대상)
종가집 김치는 김치를 집에서 담가 먹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 전통음식인 김치의 세계화를 꿈꾸며 등장한 제품이다. 세계인도 맛볼 수 있는 김치를 제공하기 위해 선보인 국내 최초의 포장김치 브랜드였다.

종가집이라는 이름처럼 ‘대대로 내려온 손맛’의 표준화,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함, 이 두 가지는 ‘김치의 글로벌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였다. 인간문화재 38호이자 조선 궁중음식 전수자인 고(故) 황혜성 고문 등 김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표준화된 조리법을 만들었으며 김치 포장에 대한 연구를 위해 전문가들이 뭉쳤다.

1989년 종가집 김치는 표준화된 맛과 해외 수출을 위해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 ‘포장’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처음 김치를 상품화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탄산가스를 잡는 것이었다.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숨을 쉬는’ 김치의 특성 때문에 탄산가스가 발생하는데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명예보유자인 고 황혜성(黃慧性) 선생.(사진=연합뉴스)
진공 포장하면 포장재가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생겼던 것.

종가집은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흡수제’를 김치 포장 안에 넣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김치 고유의 맛과 품질에 영향이 없으면서도 포장형태를 유지하고 유통과정에서 파손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신기술이었다. 종가집은 이듬해 특허를 출원해 1991년 업계 최초로 KS마크를, 1995년 전통 식품 인증마크를 획득하며 세계 일류화 상품으로 선정됐다.

◇집에서 담근 김치맛 유지 비결은 ‘유산균’

2000년대부터는 김치 유산균 연구에 집중했다. 2001년부터 김치 유산균을 분리·배양하는 연구활동을 진행했다. 유산균은 김치 맛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김치 맛을 좋게 하거나 이를 잘 유지할 수 있는 유산균을 직접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종가집 김치 2005년도 인쇄광고.(사진=대상그룹)
2005년에는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의 맛을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류코노스톡 DRC0211’이라는 김치 유산균을 통해서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담가 땅속에서 숙성시키는 겨울 김장김치는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내는데 문제는 이 유산균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급격하게 시어 맛이 달라진다. 여기에 착안해 가장 맛이 좋은 김치에서 500여 종의 유산균을 분리해 가장 좋은 맛을 내면서도 빨리 신맛으로 변하지 않는 독특한 유산균을 찾아내 상품화한 것이 바로 종가집 김치다.

2011년 선보인 100% 국산 식물성 원료인 배추를 발효해 만든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는 김치 유산균의 활용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듣는다. 위해 미생물에 대한 강력한 항균 효과와 위해 미생물로부터 만들어지는 물질로부터 보호 효과가 뛰어나 유통기한을 최소 50% 이상 연장시켜 주고 합성 첨가료 대체제의 역할까지 해준다.

이 유산균은 특허등록까지 마쳤으며 식품으로 써도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김치류, 반찬류, 육가공, 두부류, 어묵류, 떡류, 면류 등의 신선식품 및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 유통기한 연장 효과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2017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김치에서 우수한 발효능력과 기능성을 가진 김치 유산균을 탐색하고 선별하는 연구 끝에 맛이 좋고 발효능력이 뛰어난 김치 발효종균을 개발했다. 대상은 이번에 개발한 김치발효종균 DRC1506을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종가집김치아이’로 명명하고 김치 생산종균으로 특허출원했으며 2017년 2월부터 생산하는 종가집 김치에 김치 생산종균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대상그룹)
유산균 외에도 종가집 김치 맛을 결정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100% 국내산 재료’로 김치를 담근다는 점이다. 1988년 종가집 김치를 최초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종가집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식품’이라는 김치의 특성을 고려, 100% 국내산 재료 사용 도입을 일찍부터 실천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최고의 품질로 알려진 해남 일대의 배추와 국내산 천일염의 사용이다. 이는 18℃에서 20시간 이상 절여 겉잎부터 속까지 제대로 절여 아삭한 배추의 맛을 살리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 외 고춧가루, 마늘 등 김치의 주재료 모두 전국 유명 산지의 원료를 산지 직송해 사용하고 있다.

종가집 수출용 맛김치.(사진=대상그룹)
◇韓전통의 매운 맛, 세계인 입맛 사로잡다

일명 ‘갓김치’로 불리는 종가집 김치는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일본 수출 물량 90%,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고 있다. 종가집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나 남미 등 원거리 지역으로까지 수출 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2009년 맛김치, 포기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총 4종이 할랄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등에 수출을 시작했다.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인증마크도 획득했다.

향후 종가집은 유대인, 무슬림 뿐 아니라 채식주의자, 웰빙을 지향하는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 시장에도 김치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대상 종가집 관계자는 “국내외를 휩쓴 종가집 김치가 이제는 종교를 넘어 매우 높은 수준의 식품안전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할랄’, ‘코셔’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며 “해외 유명 레스토랑 메뉴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보다 많은 세계인의 식탁에 우리 전통 김치가 오를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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