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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오늘,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 청와대는 약속대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놓길 바란다”고 논평하며 무더운 여름을 지나며 잠시 잊혔던 기억을 끄집어냈습니다.
그는 “입에 담기조차 힘든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부적절한 인사를 청와대가 계속 품고 있다는 것은 여성정책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었다”며 “수많은 여성들과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눈을 감은 탁현민 행정관은 그간 청와대의 보호 하에 버티느라 참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첫눈이 온 오늘, 탁 행정관의 표현처럼, ‘쿨’한 청와대 인사명령을 기다려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연기획·연출가인 탁 행정관(대통령비서실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 전속 연출가’로 유명합니다. 시민단체 시절 당시 생소했던 ‘토크콘서트’를 기획해 대성공을 거두며 연출기획가로 인정받았고 문 대통령의 18,19대 대선을 모두 함께 했습니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도보다리 산책’을 기획한 이도 탁 행정관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탁 행정관은 6월말 일부 기자들에게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사의를 표명했음을 알렸습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고 사퇴를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월1일 브리핑을 통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탁 행정관에게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 만이라도 일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임 실장은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첫눈’이 탁 행정관과 청와대의 ‘이별기준’이 된 것은 이 발언 때문입니다.
이른바 ‘첫눈 공세’에 가담한 것은 바른미래당 뿐만이 아닙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어제 강원도 설악산에 첫눈이 왔으니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도 놓아주시고, 소득주도성장도 놓아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의 첫눈 발언도 경솔했다는 지적입니다. ‘첫눈’이라는 쓸데없는 문학적 수사로 트집잡힐 이유만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트집 잡히기 좋은 문학적인 해명보다는 정무적인 해명이 적절했을 것입니다. 근데 청와대와 탁 행정관이 이별하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요. 수도권에 첫눈이 내릴 때일까요, 아니면 청와대 뒤편 북한산에 10㎝이상 눈이 쌓일 때일까요. 곧 청와대에도 내릴 첫눈을 바라볼 탁 행정관의 표정도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