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대일 외교, 우린 '서희'를 원한다

  • 등록 2019-07-17 오전 6:00:00

    수정 2019-07-17 오전 7:17:49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숱한 고비와 도전을 이겨온 건 언제나 국민의 힘이었다. 국민도 자신감을 가지고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까지 했던 국민이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을 얕보는 나라가 있다면 굉장히 낭패를 본다”(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정책협력방안 논의 전 특파원 대화) “우리는 국채보상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한 민족의 우수함이 있다. 1990년대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금 모으기를 해서 빚을 다 갚았다”(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미국 워싱턴 댈러스국제공항).

답답하다. 도대체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는 걸까. 과연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대한 대응능력은 있는 걸까. 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미국에게는 중재자로 나서 해결해달라는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보인 대응을 보면서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다. 먼저 문제에 직면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낸 정부의 무능함이다. 예고된 참사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터진 후 뒤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역사에서 볼 때 임진왜란 직전 상황을 다시 재연한 듯하다. 충언을 해도 들어줄 귀가 없다.

두 번째로 외교능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지금껏 보여준 정부의 대일 강경론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에는 치밀한 전략과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핵심 참모들이 보여준 그동안의 행동은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에 가깝다. 묶은 감정에 얽매여, 이성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해 결국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극단적인 술수를 쓰게끔 방치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치해온 대일 외교에 대한 자기반성도 없이 “국민의 단합된 힘을 보여줄 때”라고만 요구한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만이 답은 아니다. 2017년 중국이 사드 배치 이후 우리에게 보여준 경제보복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일에 일본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미국만이 우리의 파트너는 아닌 것처럼 말이다. 결국, 외교가 답이다. 지금은 고려시대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거란군을 철수시킨 서희의 전략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마지막으로 외교에서는 여야(與野) 할 것 없이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물론 외교능력이 떨어지고 가는 길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반대와 질타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문제의 본질이 뭔지, 왜 이런 불행한 사태까지 오게 되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해결을 위한 여야의 쓴소리는 필요하지만, 자칫 국가의 생각과 입장이 양분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이 먼저다. 우리가 먼저 손 내밀어 일본과 얼굴을 맞대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래야 국제사회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결국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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