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1등 아니어도 괜찮아, 달리는 게 즐겁잖아

국립극단 청소년극 '발가락 육상천재'
초등학교 5학년 육상반 아이들 이야기
1등만 쫓는 세상 향한 유쾌한 문제제기
랩과 춤으로 위트 넘치는 흥겨운 무대
  • 등록 2020-11-10 오전 5:50:00

    수정 2020-11-10 오후 1:46:18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낄리낄리 깔라깔라 꿀루꿀루~.”

달리기 1등이 되고 싶은 열두 살 호준이. 친구들한테 인어를 봤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진짜로 인어를 낚았다. 그런데 이 인어, 어딘가 수상하다. 아가미 달린 물고기 얼굴에 몸은 사람의 모습. “낄리낄리 깔라깔라 꿀루꿀루”라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춤추는 인어에게서 호준이는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낀다.

국립극단 청소년극 ‘발가락 육상천재’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이 지난 5월 공연한 ‘영지’에 이어 또 한 번 10대 초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청소년극 신작 ‘발가락 육상천재’다. 초등학교 5학년 열두 살 남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김연주 작가, 서충식 연출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해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작품은 자갈초 육상부에 전학생 정민(홍사빈 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민에게 달리기 1등을 빼앗긴 호준(임모윤 분)은 아이들의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 되돌리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러나 정민과 함께 놀기 시작한 상우(류석호 분), 은수(김기헌 분)는 그런 호준이를 외면할 뿐이다.

그러던 중 호준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지트를 지키기 위해 인어로 초밥을 만들 계획을 세운 걸 알고 인어를 봤다며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은 호준의 말에 혹해 한 번 더 관심을 보이지만 이내 거짓말임을 알고 다시 호준을 외면한다. 호준이 낙심한 사이, 진짜 인어(박창욱 분)가 나타나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펼쳐진다.

11~13세는 사실 애매한 시기다. 사람과 물고기의 중간에 있는 인어처럼, 이 아이들도 어린이라고 하기엔 많이 자랐고 청소년으로 부르기엔 아직 어린 어중간한 위치에 서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하다. 호준뿐만이랴. 자신보다 빠른 인어의 등장에 당황하는 정민의 모습은 우리가 12세 아이들에게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국립극단 청소년극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한다. ‘발가락 육상천재’도 그렇다. 1등부터 4등까지 달리기 순위가 정해져 있던 아이들은 인어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공평한 출발선에 선다. 관심을 받기 위해, 주목을 받기 위해 1등을 꿈꾸던 아이들은 인어를 만나 달리기 본연의 즐거움을 깨닫는다. 앞만 보고 달려온 어른이라면 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아이들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낸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열두 살 아이들로 완벽하게 변신한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랩과 춤 등을 활용한 위트 넘치는 무대가 공연 내내 흥겨움을 더한다. 동심으로 돌아간 유쾌함 덕분에 60분의 공연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배우들의 커튼콜이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는 “공연이 너무 빨리 끝나 아쉽다”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연은 오는 22일까지.

국립극단 청소년극 ‘발가락 육상천재’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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