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기업 위기관리 百八手]②여론 읽는 법을 배우라

  • 등록 2017-10-26 오전 6:00:00

    수정 2017-10-26 오전 6:00: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의 법정에서 여론은 곧 ‘법’이다. 실제 법정에서의 법과 다른 점은 여론이라는 법은 계속 변화한다는 것뿐이다. 실제 법은 정해진 대로 수십에서 수백 년을 일관되게 하나의 기준으로 역할을 하지만,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한두 번의 학습으로 여론을 알 수 있다’ 자신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정무감각’이라는 표현도 쓴다. 국민들의 여론을 잘 읽고 그에 순응해 공적 업무를 잘 처리하는 사람을 ‘정무감각이 좋다’라고 한다. 기업에도 이제 그와 같은 정무감각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들여다보면, 기업에 정무감각이 모자라 어처구니없이 일을 만드는 경우들이 꽤 있다. 국민이나 소비자 같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을 읽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곳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 내부에는 소비자들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부서가 있다. 그들과 함께 온종일 이야기를 나누는 부서도 있다. 언론을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부서도 있다. 관계 기관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부서도 있다. 거래처나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부서도 있다. 이렇게 많은 듣기 채널이 있는데도 여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큰 문제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여론을 미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기업에 정말 소중한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미리 생생하게 여론을 예측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업무관련 의사결정은 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사가 강조하는 품질에 대한 가치가 여러 소비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면, 품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뀔 수 있는 여론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과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미리 감각적으로 기업이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품질을 일부 양보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그 누구도 흔쾌히 ‘그러자’는 의사결정을 하기는 힘들어진다. 여론을 미리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나?”라는 의견을 내더라도 여론을 제대로 상상하는 회사라면 그에 곧바로 수긍하기는 힘들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도 여론은 계속 좇아가야 하는 등불이 된다.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론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그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이해하게 된다. 요즘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여론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적절하게 따르면 대부분의 위기는 잘 관리될 수 있게 된다.

자사 제품을 먹고 병에 걸렸다 주장하는 소비자가 나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치자. 중요한 것은 법정에서 자사 제품이 해당 소비자를 병에 걸리게 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 이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은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를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끌어안고 한편이 되는 지혜가 바로 여론 감각이다. 재판과 판결은 그 이후다.

여론 감각이 부족한 기업이 문제를 더 키운다. 사회를 시끄럽게 해서라도 자사의 결백함(?)을 입증하려 고집을 부린다. 여론은 실체가 없고 여론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정의해 버린다. 그 정의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이미 그런 특성에 익숙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전제하에 여론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여론 감각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간사하다. 여론은 감정적이다. 여론은 책임감도 없다. 여론은 변화무쌍하다. 여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오는 비를 탓하거나, 부는 바람을 탓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론은 자연 그대로 그런 것이므로 따라 읽고 예측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위기 시에는 아주 미세한 기업의 메시지 하나 그리고 행동 한편이 여론을 움직인다. 대표이사가 숙인 고개의 각도를 재는 여론도 있다. 왜 빨리 나와 사과하지 않는지 시간을 재고 있는 여론도 있다. 막무가내로 피해를 무조건 보상하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여론과 친해져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한다면 여론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대응은 하고 싶지 않은데, 만약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여론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대신 저런 대응을 하게 되면, 여론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여론 시뮬레이션이 위기 시에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보다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대표부터 임원과 팀장급에 이르기까지 여론 감각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그에 익숙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여론에 대한 사내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론의 시각을 투영하는 사내 전문가 그룹을 운용하는 것도 멋진 체계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여론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 보자. 여론에 의해 살고 죽고를 경험한 다른 기업들의 케이스를 바라보자. 여론이라는 것이 위기 때 얼마나 중요한 기준이 되고, 그 자체로서 위용을 발휘하는지를 이해해보자. 여론의 법정에서 법은 곧 ‘여론’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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