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배구조 흔드는 가혹한 상속세, 이제 손볼 때 됐다

  • 등록 2020-10-28 오전 6:00:00

    수정 2020-10-29 오전 9:18:1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내야 할 상속세가 역대 최고액인 1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상속세 문제가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천문학적 수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는 유족들이 보유 주식이나 상속받을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지배 구조가 흔들리고 틈새를 파고들 해외 투기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세를 반영한 이건희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18조원 안팎이며 유족의 보유 주식은 모두 합쳐 14조원으로 총 32조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어림된다. 결국 11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려면 30% 이상의 주식을 매도해야 된다는 계산이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5년간 나눠 낼수 있다지만 상속인들의 지난해 배당소득이 약 7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세금 납부를 위해서는 해마다 1조원 이상의 거액이 더 필요하다. 주식을 팔거나 담보로 대출을 받지 않는 한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기업의 경영권에 큰 변수로 작용하기에 충분할 만큼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번 째로 높다. 대기업 최대주주는 20%가 할증돼 총세율이 60%로 뛴다. 단연 세계 톱이며 미국(40%)영국(40%)독일(30%)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와 중국 등 상속세가 없는 나라와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을 넘어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1999년에 정해진 현재의 상속세 관련 법규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개인이 애써 일군 기업을 거의 국가에 바치라는 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고율의 상속세가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대착오적 법에 기초한 고율의 상속세는 손 볼 때가 됐다. 이번 사례는 삼성그룹 유족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징벌적 수준의 상속세율이 계속되는 한 우리 기업들은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도전 의욕을 잃고 투자 및 일자리 확대를 주저할 수 있다.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상속세에 발목 잡혀 사업을 접거나 외국 기업사냥꾼들에게 넘어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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