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름 새긴 롱패딩 열풍…'가성비 우수' Vs '학벌과시 불편'

대학·학과 로고 새긴 롱 패딩 공동구매 유행
야구점퍼 '과잠'에서 유행 바뀐 롱 패딩으로
'가성비' 좋은데 왜 vs '학벌 과시' 꼴불견
  • 등록 2017-12-22 오전 6:30:00

    수정 2017-12-22 오전 6:30:00

각 대학 로고가 새겨져 있는 롱패딩 사진. 출처=티파나(www.tpana.com)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며칠 전 대학 로고가 박힌 롱 패딩을 입고 서울 강남에 친구를 만나러 간 김모(23)씨는 등 뒤로 모르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들어야 했다. ‘명문대 다니는 걸 자랑하려고 입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김씨는 “백화점 등 시중에서 파는 패딩보다 훨씬 싸 구입한 건데 왜 애꿎은 눈총을 받아야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이례적인 한파에다 평창올림픽 롱패딩 열풍을 계기로 유행까지 타면서 최근 각 대학에서 롱 패딩을 공동구매(공구)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단과대나 동아리별로 맞춰 입던 야구 점퍼 형태의 ‘과잠’(과 단체 점퍼)’이 유행을 따라 롱 패딩 스타일로 바뀌는 추세다. 학생들은 “여럿이 주문하니 가격도 저렴한 데다 질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일부에서는 “학벌을 과시하는 게 아니냐”며 눈을 흘기기도 한다.

각 단과대나 동아리에서는 학교 마크나 동아리 이름 등을 새긴 롱 패딩을 제작한 뒤 주문 의사를 물어 공동 구매를 진행한다. 30개 제작을 기준으로 솜으로 된 롱 패딩의 경우 1인당 약 5만~7만원에, 오리털이 포함된 제품은 8만~9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한꺼번에 수백명이 구매할 경우 가격은 더 내려간다. 백화점 등 시중에서 판매하는 롱 패딩 가격이 최소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을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선 단체 구매한 롱 패딩을 즐겨 입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이모(24)씨는 “학과에서 맞춘 롱 패딩만큼 따뜻한 겉옷이 없다”면서 “괜한 자격지심 때문에 학벌 과시라고 비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모(23)씨도 “수십 만원 하는 비싼 브랜드를 입는 게 오히려 돈 자랑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애교심과 소속감을 갖게 해 준다는 학생들도 있다.

박모(22)씨는 “사회가 명문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입시킬 땐 언제고 막상 모교에 자부심을 가지면 아니꼽게 본다”며 “애정이 있어 학교 로고가 박힌 롱 패딩을 입는 것을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벌 과시’ ‘구별 짓기’ 등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여전하다.

권모(24)씨는 “학벌주의가 공고한 사회에서 명문대가 아닌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다”며 “다니지도 않는 명문대 로고가 박힌 롱 패딩을 따로 구입하려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맞춤 제작 업체들은 단체 롱 패딩 열풍이 비단 유명 대학에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한 맞춤 제작 업체 관계자는 “서울 시내 명문대 뿐 아니라 지방 전문대에서도 학교 로고를 넣은 롱 패딩을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특히 체육대나 예술계 대학에선 지방대 명문대 가릴 것 없이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고당길에서 여고생들이 롱패딩을 입고 등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학생들이 소속 학교나 단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용면에서 효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 볼 수 있다”며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됐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학생들이 단체 제작 옷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현상 자체를 긍정 또는 부정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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