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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로 둔갑한 ‘위헌法’
자율 규약의 영향을 받는 편의점이 전체 편의점의 96%인 3만800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자율적 참여’보다는 사실상 ‘강제’라는 말도 나온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점주들의 불만을 달래려 현장조사 등으로 본사를 압박하고 밀어붙이니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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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규약 내용에는 과밀화를 해소하려는 방안이 잘 포함돼 있다”며 “출점경쟁이 아닌 상품이나 서비스 차이로 승부하는 품질경쟁을 기대한다”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 확정결과’에 따르면 2015년 말 프랜차이즈 가맹 점수는 지난 2012년 조사대비 22.9% 늘어난 18만1000개였다. 이중 편의점이 2만9628개로 전체의 16.4%, 치킨집은 2만4719개로 13.7%를 차지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10명 중 3명은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하는 셈이다.
乙 싸움 부추기는 정부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가 ‘을(乙)들의 싸움’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 사이 ‘일자리’를 두고 문제가 됐고 이번에는 자영업자들 간 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당장 신규 출점에 나서려는 점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기존 업체나 점주들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사 잘 되는 상권 요지에 새 편의점을 내기 어렵게 되면서 기존 편의점의 권리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장 자율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등락을 반복할 권리금이 정부가 강제로 출점을 제한하면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편의점 업계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확대, 타 업종과 겹치면서 이종업계의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치킨게임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내년 1월부터 ‘치킨 장려금’을 신설, 편의점 내 치킨 판매대인 ‘치킨25’ 운영 시 △튀김기름(월 1회) △냄새제거필터(연 1회) △튀김기 전체 청소(연 2회) △식기세척기 렌털(월 1회) 등에 대해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편의점 내 치킨 판매를 활성화, 타 편의점과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기존 치킨집과도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상품이나 서비스 경쟁 차원에서 도입한 사업이 타 업종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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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2만5331개(통계청 2016년 집계 기준)로 치킨집 매출의 80% 이상이 프랜차이즈에서 나온다. 편의점은 매장 수가 4만여 개에 달하기 때문에 치킨을 파는 편의점이 늘면 치킨 업계 전체가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사건건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풍선효과 등 왜곡된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이 자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