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전성시대]①취미, 일상 넘어 직업으로 “미쳐야 성공한다”

‘덕후’ 사회부적응자서 능력자로 인식전환
중고나라·더반찬·두끼떡볶이··· ‘덕력’이 키운 브랜드
새로운 소비 권력이자 생산 주체로 ‘유쾌한 중독’
  • 등록 2017-05-18 오전 5:30:00

    수정 2017-05-18 오전 6:26:39

지난해 10월 순창장류축제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2016인분의 떡볶이를 만들고 있는 김관훈 두끼떡볶이 대표(사진 왼쪽)와 ‘중고나라’ 운영자인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 이 대표는 피규어 마니아이기도 하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오덕후’ ‘덕질’ ‘덕력’ ‘덕업일치’ ‘성덕’. 마니아 전성시대 성공의 5단계 법칙이다. 이중 모르는 단어가 과반을 넘는다면 성공 계획을 다시 짜야할지 모르겠다.

‘오덕후’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말 ‘오타쿠(おたく)’를 국내에서 변형해 부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이를 ‘덕후’로 줄여 말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자신의 관심 분야에만 집중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평가했으나 최근에는 취미생활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대접 받는 세상이 되며 이들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빠져 관련 물품을 모으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를 일컫는 ‘덕질’, 덕후의 공력을 뜻하는 ‘덕력’, 덕질이 직업이 됐다는 뜻의 ‘덕업일치’,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로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해 덕질하는 대상을 직접 만나는 ‘성덕’까지 관련 신조어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어른들은 이런 이들을 가리켜 “취미가 밥 먹여주느냐”고 타박을 하곤 했으나 요즘 세상에는 취미가 돈이 되기도, 직업이 되기도 한다.

국내 1위 중고물품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최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끼떡볶이’ 등이 대표적이다. 중고나라 운영사 큐딜리온의 이승우 대표는 중고물품에 특히 관심이 많은 쇼핑 마니아(mania)에, 김관훈 두끼떡볶이 공동 대표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떡볶이광(狂)’이었다.

이 대표는 2003년 12월, 김 대표는 2011년 7월 각각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중고나라’ ‘떡볶이의 모든 것’이라는 카페를 개설해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을 끌어 모았고, 2014년 같은 해 이를 사업화해 ‘성덕’의 반열에 올랐다.

‘중고나라’ 카페는 올해 회원 수 15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 4명 중 1명이 이 대표가 만들어놓은 광장에서 물건을 사고판다.

각종 떡볶이 레시피를 비롯해 맛집, 창업정보 등 카페 이름처럼 떡볶이의 모든 것이 총망라된 ‘떡볶이의 모든 것’ 역시 카페 개설 이듬해부터 줄곧 네이버 대표 카페로 선정됐을 정도로 떡볶이 마니아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법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의류전문쇼핑몰을 운영하다가, 김 대표는 공대생으로 8년간 석유화학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평생의 업을 바꿨다.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 반찬’ 창업주 전종하 전 더블유푸드마켓 대표는 고졸 출신의 ‘리니지’ 마니아로, 게임으로 익힌 리더십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수백 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최근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2017년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선 게임업계 ‘성덕’들의 약진이 단연 두드러졌다. 4위에 오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은 재산이 6조7923억 원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재산 증가분이 두 번째로 많았고, 중졸신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24위로 처음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레(고)테크, 차(茶)테크, 주(酒)테크 등 취미로 사들인 물건이 이후 가격이 상승해 의외의 수익을 안기는가 하면 배우 심형탁(도라에몽), 가수 이상민(신발), 김건모(소주) 등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방송에서 공개해 대중적인 호감을 샀다.

과거 만화, 게임 등에 국한됐던 취미도 장난감 중에서도 건담, 화장 중에서 립(입술), 과일 중에서도 딸기 등으로 세분화되며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특정 브랜드 혹은 색상에 몰입하는 애플덕후, 핑크덕후 등도 있다.

이들 ‘학위 없는 전문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특징을 보인다. 그렇다 보니 최근 유통업계에선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덕후’가 새로운 소비 권력이자 생산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반인 능력자의 득세 이유로 삶과 행복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값비싼 명품 등 보여주기 식의 과시형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남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개인주의적인 특성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고 자유롭게 취미를 즐기는 1인 가구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취미 활동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층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니아적인 기질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들. 배우 심형탁은 ‘도라에몽 덕후’로 유명세를 탔으며, 소주 애호가인 가수 김건모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소주병으로 트리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가수 이상민은 신발 마니아로 유명한데 소장하고 있는 신발이 150켤레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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