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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8%·미국 5%…한국 2%대 그쳐
단연 김 과장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1년 연평균 수익률은 1%선에 머물고 있어 노후 생활 안전판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퇴직연금은 단기가 아닌 장기투자상품인 만큼 장기 평균을 봐야한다는 조언에 따라 5년 연환산평균을 따져봐도 2%에 그치고 있다.
반면 기금형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가 정착된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은 수익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호주의 퇴직연금 5년 연평균 수익률은 7.7%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도 5년 동안 연평균 5.2%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83%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는 게 아니라 중도상환 또는 일시금으로 챙기는 가입자가 많은 것도 노후 안전판 역할을 못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퇴직연금 수령 대상인 27만 2255명 중 연금 수급자는 2.2%(5866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97.8%(6389명)가 일시금으로 돈을 받았다. 정부가 2005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해 13년이 됐지만 사실상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전혀 못 하는 셈이다.
169조원 기금 두고 무한경쟁…기금형·디폴트옵션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퇴직연금 운용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금형제도를 도입한 호주의 대표적 퇴직연금 ‘수퍼애뉴에이션’은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기금간 경쟁구도가 꼽힌다. 수퍼애뉴에이션은 187개 기금에서 2조2000억 달러(약 1800조원)의 적립금을 굴리고 있다. 회사가 설립한 기금이 아니더라도 다름 기금의 운용 투자수익률이 더 높다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기금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자산배분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호주의 퇴직연금은 주식 비중이 51%에 달한다. 현금성자산 비중은 16%, 국채 및 채권 비중은 10% 수준이다. 미국의 퇴직연금 401K도 주식, 채권 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뮤추얼펀드에 주로 투자한다. 미국은 주식투자비중이 31%, 뮤추얼펀드 비중은 33%에 달한다. 현금성자산비중은 3%, 국채와 채권비중은 24%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현금 및 예금 비중이 18%, 국채와 채권 비중이 45%에 달하고 주식비중은 3%에 불과한 실정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사실상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수익률까지 저조하면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도 “현재의 국민연금으로는 국민 절반이 퇴직과 함께 빈곤층으로 추락할수 있어 안전장치 강화가 시급하다”면서 “퇴직연금이 연금으로써 역할을 할수 있도록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주나 미국 등이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예·적금에 있는 퇴직연금을 운용으로 전환해 수익률을 높였듯이 우리도 전철을 밟아 퇴직연금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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