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공정한 암호화폐시장을 만들려면

  • 등록 2018-11-13 오전 7:11:00

    수정 2018-11-19 오전 9:54:01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시장은 복잡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포함해 1600종이 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토큰이 현재 거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거래되는 시장도 여러 국가인데다 한 국가 내에서도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거래소 역시 암호화폐로만 매매가 가능한 거래소가 있는가 하면 법정화폐로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도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암호화폐시장의 현재 모습은 통화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자산으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혹은 자체 생태계에서 지급결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시장으로서 적합하지 못하다.

바람직한 시장이 무엇인지 먼저 간단하게 이론적으로 생각해보자. 수요와 공급이 양 측면 모두에서 풍부하게 존재해 그 어느 쪽의 참여자도 단독으로 가격을 결정하면 안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는 모두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수용자여야 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가격 수용자라는 것은 이 시장이 독과점이 없는 경쟁시장임을 의미한다. 시장에서의 거래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정보를 자유롭게 취득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한 거래 과정과 이에 관련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규칙이 있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규칙의 집행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물론 시장실패가 일어날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지만 그러한 개입은 최소한으로 유지돼야 한다. 정부의 빈번한 개입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시장은 과연 이러한 이상적인 시장 모습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일단 수요와 공급이 양 측면에서 모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부터가 의문이다. 대다수 암호화폐의 가격이 횡보하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은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시장 참여가 활발하지 않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기관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암호화폐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대다수 시장 참여자는 개인투자자이므로 투자 규모가 작기에 시장 가격의 수용자 조건을 만족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특성이 풍부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미비를 상쇄시켜줄 수는 없다. 게다가 암호화폐시장 정보와 거래 과정 역시 투명하지 못하다. 이와 같은 암호화폐시장의 문제점은 바람직한 규제와 개입을 언급하기에 앞서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시장이 투명하지 못해 정보 비대칭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리는 그 모습을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의 1970년 논문인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애컬로프는 중고차시장을 예로 들면서 투명하지 못하고 정보가 비대칭인 시장 문제를 설명한다. 시장에 상태가 상, 중, 하인 세 대의 중고차가 존재하고 각 차량의 가격은 300달러, 200달러, 100달러다. 중고차 수요자는 차량의 상태는 알 수 없고 가격만 알 수 있는 반면 중고차 딜러는 차량의 상태도 알고 있다. 즉 이 시장은 정보 비대칭시장이다. 중고차 수요자가 가격만 정보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세 중고차의 평균 가격은 200달러가 된다. 그렇다면 수요자는 평균 가격보다 비싼, 상태가 제일 좋은 300달러 차량을 선택지에서 제외한다. 그 경우 시장의 평균 가격은 150달러가 되고 역시 200달러 차량이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정보가 비대칭한 시장에서 정보를 적게 가진 시장 참여자는 가장 나쁜 재화 혹은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고(역선택, Adverse Selection), 그 결과 이 시장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붕괴된다.

암호화폐시장 역시 정보 비대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단 투자자에 대한 KYC 절차를 거친 이후에는 지갑 주소로만 거래자를 판별하기에 부당 내부자 거래 같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적발이 쉽지 않다. 이에 더해 암호화폐시장은 공시제도 같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규제도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투자자들 역시 자신이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백서나 이러한 백서를 리뷰하는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Y)이 지난 10월21일 발행한 ICO 실태보고서에서 언급한, 2017년 한 해 동안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프로젝트의 84%가 여전히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암호화폐시장의 문제를 적확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투명한 공시를 강제하는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 투명한 공시제도는 프로젝트에게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업무를 더 잘 하는 유인을 부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각 프로젝트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성 있는 분석과 정보 제공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이러한 정보 제공은 암호화폐시장의 매력성과도 연결된다. 즉 암호화폐시장이 성장하고 매력적이면 기존 금융회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해 프로젝트와 시장에 대한 분석 및 정보 제공을 할테지만 암호화폐시장이 현재처럼 침체돼 있을 경우 이는 요원한데 이러한 정보의 미비는 다시 상술한 역선택 문제로 인해 시장 매력을 저하시킨다. 즉 이 문제의 해결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이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업계 자체적인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즉 외부의 강제가 없더라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의 분석을 제공해서 정부 비대칭을 해소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분명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이미 한 차례 버블이 지나가 답보 상태에 있는 암호화폐 업계에 있어서 이는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암호화폐와 그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보 비대칭의 해결과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방법만이 제대로 된 프로젝트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자를 유인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