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②전기 사용량 딥러닝..블랙아웃 막는 백기사

에너지·ICT기술 더한 차세대 전력망
수급별 차등요금제로 남는전기 최소화
  • 등록 2018-11-05 오전 7:05:00

    수정 2018-11-05 오전 7:05: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란 단어에 이미 핵심적인 특성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그리드’는 전력망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냥 전력망이 아닙니다.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한 전력망입니다.

지금껏 전력 시스템은 일방통행입니다. 마치 농업적 근면성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전력은 부족하면 큰일입니다. 전력이 끊기는 ‘블랙아웃(정전사태)’이 벌어지니까요. 정전 사태는 무조건 막아야죠. 최선은 그저 넉넉하게 많은 발전량을 유지하는 겁니다.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혹여 남아도는 일이 있더라도 늘 최대 수요를 넘어서는 전력 발전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전력이 부족하면 큰일이니까요. 예비전력을 최소 15% 이상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그동안의 전력 공급 체계의 원칙이고 기준이었습니다.

◇크게 더 크게‥비효율의 시대

이런 방식은 필연적으로 비효율을 수반합니다. 늘 전력을 남을 정도로 생산하는 시스템인데, 효율적일 리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수돗물을 받아먹듯 전기를 쓰고, 남는 전기는 아낌없이 버렸습니다. 비효율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력 생산은 더 많이, 더 넉넉하게 생산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전력공급 방식은 환경에도 나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했지만, 기존의 전력공급 시스템에서는 신재생 에너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디젤발전기를 돌리는 전통적인 발전방식과 비교하면 안전성이 무척 떨어집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바람이 잘 불어야만 발전이 이뤄집니다. 날씨가 좋지 않고 바람이 잦아들면 발전기를 돌리기 어렵습니다. 들쭉날쭉한 신재생 에너지에 전력 공급을 맡기기에는 너무 불안합니다.

◇ IT의 결합‥스마트 그리드의 역발상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스마트 그리드입니다. 스마트 그리드는 접근 방식이 아주 다릅니다. 일단 첨단 통신기술을 최대한 이용합니다. 전력을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대신, 공급자와 수요자가 IT 통신망을 통해서 원활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입니다.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암기식 수업에서 민주적인 토론식 수업으로 바뀌는 셈이죠.

방식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일단 지역별로, 시간별로 구체적이고 정확한 수요 정보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어림짐작으로 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확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으면, 그에 맞는 전력만 생산하면 되니까요. 정확한 수요 정보는 효율적인 전력 생산으로 이어집니다.

전력 소비자도 이제 단순히 받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전력 생산자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받습니다. 시간대별 전기요금이 어떤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기를 썼는지, 실시간으로 파악이 됩니다. 전력 수요가 작고 요금이 싼 시간대에 맞춰서 집중적으로 전기를 씁니다. 수요가 몰리지 않으니, 수요의 효율성도 높아집니다. 갑자기 전력수요가 늘면 전력회사는 소비자에게 수요를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수요 요청에 응한 소비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습니다. 수요 역시 공급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전기를 펑펑 쓰다가 그만 대정전이 일어나는 사고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그리드 체계에선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 집중에서 분산으로‥신재생에너지 부상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공급의 단위를 지역별로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일방적인 전력 공급 체계에선 규모의 경제가 필수입니다. 한 곳에서 많이 만들서 전국적으로 뿌려주는 방식이 가장 싸고 적절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스마트 그리드 체계에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때그때 정확한 수요가 파악되기 때문에 그에 딱 맞는 전력만 생산하면 됩니다. 굳이 대형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지역별 작은 단위의 전력 생산 설비만 갖춰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되면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미래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다는 게 단점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였다가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큰일입니다. 그런데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에서는 전력 공급을 유연성이 매우 커집니다. 필요한 수요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게 됩니다. 태양광과 풍력의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소비자가 전력의 생산자 역할을 맡게 됩니다. 집집마다 작은 태양광을 설치하고 필요한 전기를 씁니다. 남는 전기는 저장장치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한 곳에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에너지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데이터는 4차산업혁명의 뿌리입니다. 기존 전력망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1차원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전력 소비자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그리드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의 질과 양이 비교할 수 없이 많습니다. 쌓여진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AI)은 더 세밀하고 효율적인 전력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전력망이 똑똑해집니다.

◇ 정해진 에너지의 미래‥1천조원 시장 열린다

스마트 그리드 시장은 성장성이 큽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스마트 그리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의 원조격인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일본도 열심입니다. 특히 일본은 2011년 대지진을 겪은 후 스마트 그리드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세계 스마트 그리드 시장 규모는 289억달러(약 32조8000억원)였지만, 지난 2017년 1252억달러(약 142조2000억원)로 뛰었습니다. 연 평균 28%의 성장률입니다. 2030년이 되면 8700억달러(약 987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10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는 겁니다.

한국 정부도 스마트 그리드 확산을 진행중입니다. 2009년부터 4년간 제주도 구좌읍 일대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로 지정해 사업화를 검증했고, 스마트 그리드의 첫 단계인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닙니다. 기술력과 특허권 문제 등으로 지난 6월말 기준으로 680만호 보급에 그쳤습니다.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더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오는 2020년까지 전국 2250만호에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전력망을 스마트 그리드로 바꾸는 일은 싫거나 귀찮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전력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위해서는 무조건 가야 할 길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모두 뛰고 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란 목표지점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란 과제만 남겨져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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