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3차인 이번 모태출자사업에서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 청년창업. 지난해 430억, 올해 1,2차에도 650억 원 규모였던 청년 창업분야의 규모가 이번에는 552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청년 창업분야에 선정된 벤처캐피털의 숫자만 21개에 달한다.
5520억 원 중 모태펀드의 출자금은 60%에 해당하는 3300억 원. 다시 말하면 청년 창업지원과육성을 목적으로 세금을 원천으로 한 정책자금 3300억 원이 민간운용사들을 통해 시장에 뿌려진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업계는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수혜당사자가 돼야 할 청년창업자들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까. 과거 벤처캐피털의 투자행태가 반복된다면 마냥 반 길일 만은 아닌 것 같다.
투자 프로세스의 관행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각각 벤처캐피탈의 투자검토방식, 기간, 결과통보 방식 등은 저마다 다르고,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는다. 투자를 받으려면 거의 모든 기업정보를 다주고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벤처캐피털이 청년 창업가들에게 마치 혜택을 베풀 듯 검증하고 걸러내는 데만 집중한다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청년창업가들이 겪을 숨겨진 고통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자금을 위탁운용하는 벤처캐피털들이 청년창업자들에게 IR을 받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투명하게 IR을 하면서 다가가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건 투자금이 지나치게 특정분야로 쏠리는 현상이다. 한 투자전문미디어에서 스타트업 투자업종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정보통신기술(ICT)분야가 2014년 57%, 2015년 55%, 2016년6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수년간 우아한형제(배달의민족), 직방, 쏘카 등 극히 일부 기업에 다수의 벤처캐피털들이 공동으로 대규모로 투자하는 트렌드는 계속 돼왔다. 이번 출자사업에서 청년창업외에 4차산업혁명 분야가 5285억원이 결성될 예정인데, 이 자금도 ICT분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만난 한 청년창업자는 ‘투자유치를 위해 여러 투자사들과 만나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트렌드만 쫓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런 성향은 민간자금으로 운용되는 투자사보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들이 더 강한 것 같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아직 시장형성과 성장성이 막연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에 자금이 몰리고, 눈에 보이는 안정적인 사업은 트렌드가 아니면 외면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쏠림현상을 청년창업펀드가 더욱 심화시키지는 않을지, 앞으로의 투자프로세스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