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유임금' 1년간 놀면서 월급만 받는 공무원 한해 6천명

최용덕 동두천시장 공로연수 포기 요구로 역풍맞아
1990년 정년퇴직 공무원 사회적응 훈련 목적으로 도입
인사적체 해소·퇴임 전 휴식 수단으로 변질
공로연수 대상자 증가로 업무공백·비용부담 커져
폐지 요구에 공직사회 "인사적체 해소 위해 필요" 반박
  • 등록 2018-11-06 오전 6:30:00

    수정 2018-11-06 오전 9:57:21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진환·정재훈 기자] 최용덕 경기도 동두천시장이 퇴직을 1년 가량 앞둔 동두천시 공무원들에게 ‘공로연수’ 포기를 종용해 지역 공직사회에 충격을 줬다.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에겐 수십년간 공직에 몸담아 봉사한 댓가로 누리는 권리이자 승진을 앞둔 후배들에겐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자리잡은 당연한 관행이어서다.

최 시장이 공무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로연수 포기를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동두천시에서 각 과장 및 동장 등을 맡고 있는 사무관 34명 중 16명이 1960년생 동갑내기다. 내년에 이들이 일시에 공로연수에 들어가게 되면 과장과 동장 자리 중 절반 가까이 비게 된다.

최 시장은 이들에게 명예퇴직을 하거나 계속 근무해줄 것을 읍소했지만 공로연수를 포기하는 공무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자리를 비워야 대규모 승진인사가 가능한데다 자칫 공로연수제도가 폐기되거나 축소되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로연수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연말이 되면 공로연수자로 인한 업무 공백과 이들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승진인사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마다 사실상 1년짜리 유급휴가를 보내기 위해 세금을 낭비해도 되는 지를 두고 시민단체나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공직사회는 모르쇠로 버틴다. 해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무노동·유임금 공로연수…폐지 요구 공직사회 ‘모르쇠’

공로연수는 1990년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1993년에는 공로연수 대상이 전 부처·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법적 근거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이다. ‘정년이 될 때까지 남은 기간이 1년 이내인 공무원이 퇴직 후의 사회적응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연수하게 된 경우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고 결원을 보충할 수 있다. 이 경우 연수를 위한 파견의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국가공무원은 인사혁신처장이, 지방공무원은 소속의 장이 필요성 여부를 판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시행여부를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하도록 했지만 오랜기간 공직에 몸담은 직원에 대한 보상과 후배들에 대한 승진 기회 제공을 위한 의무제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5급 이하 공무원은 퇴직 6개월, 4급 이상은 퇴직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규정대로라만 전문 연수기관 등에서 연수를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떠난다. 지난해에만 총 5687명(국가직2058명·지방직 3629명)이 공로연수를 떠났다. 공로연수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공로연수자 대부분 30년 안팎의 장기근속 고위공직자여서다. 공로연수 기간 동안에는 위험수당 등 일부 현업수당을 제외한 대부분 급여를 그대로 지급한다.

규정상으로는 이 기간 중에 60시간 이상 사회적응을 위한 합동연수를 받아야 하지만 별도 교육과정이 있는 곳은 드물다.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공무원들을 위해 공로연수를 보낼 때, 연수기간을 연장할 때 본인 동의를 받도록 했지만 이 역시 사문화돼 본의 의사와 관계없이 퇴직을 앞두고 1년간 연수를 떠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명분은 사회적응·목적은 인사적체 해소

공직사회가 공로연수 폐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공로연수로 자리가 비면 결과적으로 승진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서다. 1년 늦게 승진하고 1년 더 근무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부부처나 지자체 모두 인사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공로연수가 폐지되거나 축소되면 당장 충격이 크다.

심지어 공로연수 대상자들 중에도 공로연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실상 1년간 무직으로 보내야 한다는 부담 등을 이유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역시 후배들의 승진을 가로막고 자리를 보전하려 한다는 비난에 울며 겨자먹기로 공로연수를 떠나는 실정이다.

한 공로연수 대상 고위 공무원은 “일하지 않고, 집에서 놀면서 꼬박꼬박 월급만 받는다는 비난도 싫지만 공로연수를 가지 않고 버티면 다른 연수자들로부터 배척받을 뿐 아니라 후배들로부터 ‘승진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공로연수 시행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단체장들도 ‘승진’에 민감한 공직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이를 폐지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2010년 7월 민선 5기 단체장 취임 후 첫 대전시 확대간부회의에서 “인사적체 해소 수단을 활용되지만 결과적으로 후임자 또한 일찍 자리를 내줘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다”며 공로연수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공직사회 반발은 거셌다. “초법적 판단이며 전형적인 표퓰리즘”이라며 대전시 본청을 비롯해 5개 자치구 공무원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역 공직사회가 일시에 들고 일어났다. 놀란 염 전 시장은 이후 퇴임 때까지 공로연수와 관련해 아예 입을 닫았다.

충청권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베이비부머 세대인 1963년생까지 공무원 숫자가 굉장히 많다. 이들이 일시에 공로연수에 들어가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마음 같아서 공로연수를 폐지하고 싶지만 공직자들이 ‘승진=보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반발이 무서워 강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공로연수를 폐지하기보다는 퇴직준비 기간으로 내실있게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오랫동안 운영해온 제도를 일시에 폐지할 경우 인사행정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는 만큼 단계적 점진적 개선을 추진하거나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보다 내실 있는 퇴직 준비 기간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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