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0억 투입 닥터헬기…바람 불거나 해 지면 '무용지물'

지난해 이송요청 1361건 중 426건 거절
임대비용·장비부족 이유로 낮에만 운행
운행거리도 편도기준 70km로 제한해
해경 "닥터헬기 도입하고도 해경헬기 투입 잦아" 분통
  • 등록 2016-03-25 오전 6:30:00

    수정 2016-03-25 오전 6:30:00

[이데일리 이지현·김기덕 기자]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기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닥터헬기는 소형기종이어서 운항거리가 짧은데다 낮시간에만 운행한다. 헬기 임대비용이 늘어나고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야간에는 아예 운행을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몰 후 긴급환자가 발생하면 소방 구조대나 해양경찰이 환자 이송을 대체한다. 한해 운영예산이 150억원이나 되는 닥터헬기가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닥터헬기는 지난 2011년 전남 목포한국병원, 인천 가천대길병원에 처음 배치됐다. 이어 2013년 강원 원주기독병원, 경북 안동병원에 도입됐다. 올 1월부터는 충남 단국대병원에서 운용을 시작했다. 이들 병원은 모두 섬(도서)이나 산간지역 등 이송 취약 인근에 위치해 있다.

◇헬기요청 3건 중 1건 운행 거절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남, 인천, 강원, 경북 등 전국 4곳의 병원에서 작년에 닥터헬기에 환자 이송 요청이 들어왔을 때 운행을 반려·번복한 경우는 총 426건으로 전체 신고건수 1361건의 31%나 됐다. 환자 이송 요청 3건 중 1건은 거절당한 셈이다. 닥터헬기는 환자이송 요청이 접수된 후에 운항 가능 여부를 판단해 출동을 반려하거나 출동 결정후에도 이를 번복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져 환자 가족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닥터헬기를 이용한 환자이송은(올 1월 도입 충남지역 제외) 지난 2013년 483건에서 2015년 935건으로 93% 늘었다.

2013~2015년 닥터헬기 운행 번복과 거절 건수(자료:복지부)
닥터헬기 운행을 하지 않은 사유로는 기상적 요인(229건)이 전체 426건 중 53.8%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출동 우선요인 발생(64건), 의학적요인(45건), 시공간적요인(3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헬기가 소형이어서 환자이송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잦다. 전남, 인천, 강원, 경북지역에 도입한 헬기는 프랑스·독일 합작 헬리콥터 개발업체인 유로콥터사가 제작한 ‘EC-135’이다. 헬기 수용인력은 의료진과 환자 등 총 6명, 비행거리는 배치된 병원을 기점으로 반경 70㎞로 제한된다. 올 1월 충남 단국대병원에 도입한 헬기는 이탈리아의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가 제작한 ‘AW-109’ 기종이다. 복지부는 안전을 이유로 이 기종에 대한 비행거리도 70㎞로 제한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닥터헬기는 운행을 하면서 진료를 볼 수 있는 초음파진단기, 심장제세동기, 정맥주입기 등 각종 응급장비를 갖춰 기본 무게가 있기 때문에 편도로 비행거리를 70㎞ 이내로 운항하도록 하고 있다”며 “기종이 소형이라 해상 비상 착륙이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대부분 소방이나 해경에서 출동한다”고 말했다.

◇ 인력·장비 없어 낮에만 운행

아울러 복지부는 닥터헬기의 운항시간을 ‘일출~ 일몰’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응급환자가 새벽이나 야간에 발생할 경우 출동할 수 없어 반쪽짜리 헬기라는 지적이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만약 야간 등에 헬기를 운영하려면 민간업체와 추가 임대계약이나 안전수당 등 인건비, 야간장비 구비 등으로 현재의 배가 넘는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며 “작년 예산 심의과정에서 지원비용 증액을 요청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닥터헬기는 배치헬기 1대당 정부 21억원, 지방비 9억원 등 연간 30억원을 지원받는다. 복지부가 민간 헬기사업자와 리스계약을 통해 헬기 운용 위탁계약을 맺는다. 현재 EC-135 기종은 대한항공, AW-109는 항공운항 전문업체인 유아이헬리제트와 임대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 닥터헬기로 이용중인 유롭콥터사의 EC-135 기종
결국 닥터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시간대에는 소방 구조대나 해경이 긴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해경 헬기가 동원돼 도서지역 구조활동에 나선 횟수는 총 557건(총 619명)이다.

해경 관계자는 “병원들이 정부 돈을 지원받아 헬기만 유치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예산낭비의 대표사례”라고 말했다.

다른 해경 관계자는 “도서지역에 환자가 발생할 경우 조금만 바람이 불거나 야간시간 등을 이유로 해경이 헬기를 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 업무인 해상경비만으로도 일손이 부족한데 복지부에서 넘어오는 위험한 업무까지 우리가 소화하고 있어 현장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헬기는 도서·산간 취약지역에 응급환자 발생할 경우 신속한 응급의료 제공과 안전한 환자이송 수행을 위해 지난 2011년 9월 도입됐다. 환자 운송시 응급의학 전문의가 동행하고 헬기 내 의료장비가 구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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