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사회적 약자에 차별적인 법 정비할 때

  • 등록 2018-08-10 오전 6:30:00

    수정 2018-08-10 오전 6:30:00

[김외숙 법제처장] 아이가 성장하고 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희생과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한없는 기쁨임과 동시에 크고 무거운 책임이기도 하다. 이 무거운 책임을 고스란히 혼자 감당하는 한부모가정의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둘이서도 버거운 부모의 역할을 혼자서 해내고 있는 한부모가정에 관심을 갖고 더 살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법제는 ‘한부모가족 지원법’을 통해 한부모가정에 생계비나 아동교육지원비 등 복지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공공 편의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국민주택을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좋은 법과 제도에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한부모가족 지원법은 생계가 어려운 한부모가정에 일정 기간 주거와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은 가족 구성원에 따라 모자가족 복지시설과 부자가족 복지시설 등으로 구분되는데, 문제는 이 시설 간 설비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부자가족 복지시설은 식당과 조리실을 갖추도록 하고, 조리사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모자가족 복지시설의 경우에는 식당과 조리실, 조리사가 없어도 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각 시설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설비도 다르게 정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미혼모자가족 복지시설에만 산후 회복실을 두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만큼, 모자가족 복지시설에는 식당과 조리사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어머니는 당연히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복지시설에 입소하는 한부모가정의 경우 저소득층이 많다는 점에서 경제활동·자녀 양육에 가사 노동까지 혼자서 해내기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 어려운 일을 어머니에게만 당연히 요구하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한부모가족 지원법은 그 동안 여러 변천 과정을 거쳐 왔다. 1989년 ‘모자복지법’으로 제정돼 모자가정에 대해서만 지원하던 것을 2002년부터 부자가정도 지원하도록 ‘모·부자복지법’으로 확대했고, 2008년부터는 한부모가족 지원법으로 제명을 변경하고 조손가정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원 대상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나, 2003년 처음 규정된 차별적인 시설 기준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 법과 제도가 달라진 시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시대가 변하고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지면 그에 대응해 우리의 법과 제도도 함께 바뀌어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 봐야 한다.

이처럼 우리 법령에 남아있는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규정을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제처가 더욱 적극적으로 법령정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차별을 보다 세심하고 민감하게 살펴 찾아내고 시정하고자 한다.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차별 없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까지 우리의 법령정비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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